희망을 꿈꾸다│좌충우돌 남한적응기

10대 탈북청소년들의 놀이문화가 궁금하세요?

민주평통의 북한이탈주민지원사업 ‘통일맞이 하나-다섯운동’ 중 하나인 ‘어깨동무하기 멘토링’이 시작된 지 6개월여가 지났다. 초중고생인 멘티(탈북청소년)가 뭐든‘단답형’으로만 대답하거나, 멘토(자문위원)에게 아직도 거리감을 갖는다면, 북한과 남한에서 10대들이 향유하는 놀이문화 이야기로 대화의 장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

친구들과 PC방에서 온라인 액션 게임 즐겨요

A학생은 2007년 초등학교 5학년 때 제3국에 체류하지 않고 ‘직행’으로 남한에 왔다. 하나원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았는데, 그 때 알게 된 게임이 ‘꾸러기○○(유아용 온라인 학습게임)’였다.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다가 하나원에서 나온 뒤 일반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친구들하고 어울려서 PC방에 가게 됐어요. 거기서 제가 꾸러기○○를 하니까 애들이 막 놀려요. 유치하게 이런 거 한다고요. 한두 달 정도 지나니까온라인 게임 ‘아 이런 게임은 유치한 거구나’라고 알게 됐죠.” 그래서 A학생은 그날부로 ‘던전앤파이터’와 같은 온라인 액션 게임을 열심히 익혔다고 한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북한에도 PC방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제 기억에 시간당 50원 정도였던 것 같아요. 특이하게도 북한에서는 뒤에 서서 게임하는 걸 보기만 해도 돈을 내야 해요. 그때 아이스크림이 10원, 농마국수가 30원이었는데 구경비용으로 10원정도 냈던 것 같아요. 북한PC방은 여기처럼 라면이나 과자를 팔진 않았어요. 나중엔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PC방이 모두 사라져 버렸어요.”

그런데 마침, 아이스크림 이야기가 나왔기에 북한에서는 정말 아이스크림을 ‘얼음보숭이’라고 부르는지 물었더니 그런 말은 안 쓰고 ‘까까오’나 ‘아이스께끼’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리고 남한에서 겪은 ‘깡통물’ 이야기도 들려줬다.
“어느 날 캔 음료수가 먹고 싶어 슈퍼에 갔는데, 뭘 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고민고민하다가 깡통물을 달라고 했어요. 북한에서는 캔을 깡통이라고 부르거든요. 그랬더니 나중에는 슈퍼에 갈 때마다 주인아저씨가 ‘깡통물줄까?’하고 놀려대시더라고요.”
슈퍼아저씨는 ‘깡통물’을 달라고 했던 그 학생이 꽤 귀여웠던 모양이다.

남한에서 즐기는 '추억의' 북한 놀이

북한에서 여자아이들은 대개 공놀이, 줄넘기, 공기, 오자미놀이 등을 하면서 놀고 남자아이들은 딱지치기나, 못치기, 깡통돌리기 등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들 놀이가 1980년대 중반, 남한의 농촌 놀이문화와 비슷하다.

공기 ‘여기랑 좀 다르잖아요, 북한에서는 딱지를 이렇게 종이로 만들거든요’라고 말하면서 보여준 딱지 접는 방법도 남한과 똑같고, ‘이렇게 돌려요’하면서 보여준 깡통돌리기 놀이도 같았으며, 돌이나 천, 살구씨 등으로 한다는 공기놀이도 똑같다. 다만 ‘못치기’는 좀 생소했는데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못이 귀하던 1980년대 초까지 전국(남한)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던 놀이’라고 돼 있다. 바닥에 선을 긋고 여러 사람이 서서 못을 던져서 라인 밖으로 못을 쳐내는 놀이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못치기로 못을 따면 시장에 팔 수 있어요. 상태가 좋은 것은 비싸게 팔고 안 좋은 것은 싸게 팔고요. 잘하는 애들은 한방에 쳐서 따기도 하는데, 잘못 맞으면 날아오는 못에 다치기도 하고 그래요.”

TV애니메이션 납(연) 따먹기 놀이도 있단다. 북한에서는 납을 ‘연’이라고 부르는데, 흐물흐물한 연을 녹여서 모양틀에 넣은 뒤에 굳혀서 갖고 있거나 팔기도 한다고. 추운 겨울에는 얼음 위에서 ‘외발기’를 탄 기억도 난다고 했다. 외발기란 날이 하나인 썰매인데 발을 두 개 집어넣고 강가 얼음 사이를 타넘으며 놀곤 했다고 한다.

그래도, 북한아이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놀이는 TV애니메이션보기인 것 같다. 아무리 재미있는 놀이를 하다가도 ‘소년장수’를 할 시간만 되면 TV가 있는 집에 모여 만화영화에 푹 빠져들었다고 했다. 다섯 시부터 20분가량 TV에서 맹활약하는 ‘소년장수’의 주인공 쇠메는 그 어떤 연예인도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인기를 자랑했다고 한다.

대학? 어딜가든 결론은 잘 사는 게 끔이죠

남한에서 7년여를 지내고 어느덧 고3 수험생이 된 A학생. 교사가 되기 위해 지방에 있는 교육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었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A학생의 학교에서는 물리치료나 간호, 교육대학과 같이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직업선택에 무리가 없는 학과를 선호하는 것 같았다.
“남한 아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실 본인이 바라는 대로 대학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꿈은 있어도 이루는 게 쉽진 않잖아요. 그래도 늘 결론은 같아요. 잘 살고 싶다는 거예요.”

멘토링 A학생에게 그동안 멘토링을 받아본 적이 있는지, 어땠는지 물었다.
“학교 특성상 멘토링을 받는 애들이 많은데, 저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멘토선생님에게 연락을 잘 안 해요. 애들 성향이... 내가 어렵고 힘들어도 먼저 다가가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물질적인 것을 바란다고 나무라실 수도 있지만 사실 옷이나 가방, 신발 같은 걸 사주시면 좋긴 해요.

그러나 훈계를 하거나 ‘이렇게 살아야 한다’며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은 싫다고 했다. 차라리 힘들지 않는지 물어보고 이야기도 들어주면서, 등이라도 두드려주는 게 좋다고 했다.

A군은 ‘또래’와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남한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교회에서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의 친구 두 명을 알게 되고, 같이 놀거나 공부하면서 친해졌는데, 그 아이들을 통해 학교 내 다른 아이들과도 어울릴 수 있었다며, 일부러 계기를 만드는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기회를 통해 가까워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글. 기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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