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통일 | 투데이남북
북한의 명문대학 학생들에겐
100% 취업이 보장된다?
▲ 김일성종합대학교 캠퍼스 전경
2006년 김정일은 노동당 과학교육부에 ‘장사형 수능 제도’를 없애라고 명령했다. 장사형 수능 제도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대학교수들에게조차 배급을 주지 못하고 대학운영이 어려워 물자를 내면 점수와 상관없이 20명까지 입학시키던 특별전형 제도를 말한다. 대학입시 만큼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씨 일가와 일부 권력 앞에서는 여전히 예외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대학입시 제도에 대해 알아본다.
정권에 충실한 북한의 명문대
북한은 1946년 10월 1일 처음으로 종합대학을 창립하고 당시 34세인 김일성의 이름을 단 ‘김일성종합대학’으로 명명했다. 정상적인 종합대학의 체모를 갖추기 위해 북한은 남한에 파견원을 보내 계응상, 한설야 같은 많은 교수들을 초빙해 그들을 눌러 앉혀 교육발전의 동력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 2010년 김정일이 평양의학대학에서 현지 지도 중이다
도둑질을 하던 영입을 하던 명문대의 기틀을 마련하고 발전시켜 현재는 철학, 법학, 경제학, 물리학, 수학 등 14개 학부에 200여 개 강좌를 갖춘 북한 최고의 엘리트 양성기지로 발돋움한 것이다.
하지만 김책공업종합대학, 김형직사법대학, 장철구평양상업대학 등 북한의 명문대들에는 지식으로 사회발전에 공헌한 사람보다 김일성 일가와 정권에 충실한 사람들의 이름을 단 대학들이 많은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명문대의 명칭만 봐도 우상화강국이라 일컫는 북한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다.
핵미사일 개발 등 다른 나라의 기술을 도둑질해 수천만 달러 가치의 ‘보물’을 획득해온 사람이나 김정은 부인 리설주의 남동생, 호위국(경호부대)의 근접경호원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과 이들의 자녀들은 머리가 나빠도 무시험으로 입학한다.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까지 법 위에 있는 2중 제도로 공정한 경쟁이 아닌 신분과 계급 우선주의로 고착된 현실을 보여주는 셈이다.
서민층 자녀들이 명문대학을 포기하는 이유
김일성종합대학은 졸업 후 북한사회 각 분야에 파견돼 해당기관의 당 간부로 성장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때문에 첫째는 신분, 둘째는 실력, 셋째는 군복무 경력, 넷째는 당원의 자격을 갖춰야 하는 일류급 대학 중 하나다.
김책공업종합대학은 기술 전문대학으로 북한의 각 기관, 공장, 기업소 등을 관리하는 기사장, 지배인, 내각의 상, 총리 등 행정 경제 일꾼을 양성하는 기지다. 이곳 역시 간부 선임 조건은 김일성종합대학과 같다.
평양외국어대학은 외교관이나 무역회사 통역 등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김형직사법대학과 평양의학대학은 교원과 의사 전문양성기관인데, 제법 안정적으로 먹고살 수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어서 호감도가 높은 편이다.
▲ 장철구 평양상업대학의 호텔 전문인력 양성과정
장철구평양상업대학은 중앙과 지방의 상업기관 간부 양성기지다. 호텔, 급양, 경영, 패션 등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한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상업대학을 졸업하면 굶는 일은 없다는 이야기가 있어 여성들이 선호하는 대학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서민층의 자식들은 명문대에서 버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는 경우가 많다. 매주, 매월 당국의 정책동원으로 돈을 바쳐야하는 상황을 견딜 수 없어 포기하고 거주지의 대학이나 전문학교를 택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쥐려면 종합대학에 가고, 안정적 생활을 하려면 전문대학에 가고,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다면 상업대학에 가라는 시대어가 생겨난 것은 ‘권력도 달러 앞에서는 고개를 숙인다’는 북한의 경제상황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2005년 김일성종합대학 부정 입학 사건
▲ 김책공업대학의 아침 풍경
현재 북한에서는 고등학교에서 등수를 매겨 순위대로 추천을 받고 시험장에서 컨닝을 하면 즉시 퇴장시켜 자격을 박탈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 제도는 2005년 김일성종합대학 입학시험에서 있었던 사건을 계기로 등장했다.
같은 학교에서 추천받은 2명의 학생 중 노동당 조직지도부 과장을 아빠로 둔 학생이 당선되고, 북한군 총참모부 통신국 상급참모(상좌)를 아빠로 둔 학생이 낙마한 사건 때문이었다. 피해를 본 집안에서 노동당 신소과(민원)에 시험지를 까보자는 의견을 제기했는데, 그 결과 시험점수 조작이 들통 나 부탁한 사람과 들어준 사람, 당선된 학생까지 줄줄이 처벌을 받게 됐다. 자칫 사회적 분노로 확산될 수 있었던 큰 사건이었기에 처벌 수위가 매우 가혹했다.
대입시험은 남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북한에서 대학입학시험이라고 부른다. 남한에서는 수능일이 되면 수험생들의 편의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출근시간을 한 시간 늦추는가 하면, 평양에서는 부모들이 밤새 만든 찰떡을 자녀에게 먹이고 대학정문과 담장에다 붙이기도 한다. 자녀가 잘되길 바라는 것은 남북이 매한가지다.
신분에 따라 달라지는 직장 배치제도
북한은 마른하늘에서 벼락은 안쳐도 명문대 취업에서 만큼은 벼락이 친다. 모든 졸업생들은 내각 교육성 대학생배치과에서 토대(신분), 성적, 품성 별로 분류된 개인자료(대학기간 생활기록자료)에 따라 직장을 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최종 결론은 노동당 과학교육부가 하지만 각본은 졸업 1년 전 거의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그 와중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해 뇌물과 목적 실현이 공존하는, 그야말로 김정은도 감히 막지 못 하는 ‘핵사업’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한마디로 힘 있는 집안의 자식은 부모들이 미리 자식이 졸업 후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놓는 셈이다.
▲ 김형직사범대학 학생들의 자주권 수소 결의다짐 모습
예컨대 지방이 고향인 졸업생들은 원칙적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영입한 만큼 지방으로 배치되어야 정상이지만, 돈만 있으면 평양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또 다른 구멍이 생겨난다. 군이나 보위부(국정원), 보안성(경찰청) 등 특수기관 간부(인사)기관들에서는 명문대의 우수한 졸업생들을 영입할 수 있는 특혜가 있어 선호하는 배치지의 노른자가 각광을 받는다.
힘없는 졸업생들은 현장체험이라는 미명 아래 화력발전소나 도시시설관리국, 건설현장 등 “당의 지시라면 불속에라도!”라는 구호를 외치며 영광스런 직장으로 파견된다. 명문대 졸업 후에는 3년 동안 ‘3대혁명소조’라는 현장체험을 하는 등 돈 없고 권력 없는 집안에서 태어난 것이 숙명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남북 大學의 사명은 통일의 역군 인재양성
새것에 민감하고 진취성이 강한 남북 대학생들이 제도를 넘고 분단을 넘어 하나가 되는 날은 분명 통일밖에 없다. 공부를 하다가도 불의를 보면 정의의 목소리로 사회를 각성시키고, 등록금이 모자라 알바를 하면서도 더 힘든 이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내일을 보곤 한다.
▲ 북한 인민보안성 군무원집회 모습
지식보다 우상화의 일선에서 공부를 하다가도 국제사회제재에 직면하면 “나와라! 모여라!” 하는 당국의 조직적 지령으로 광장에 모여 미국과 남조선 타도를 외치는 북한 대학생들의 모습에서 부화되지 못하고 삶아진 달걀 같은 처지도 보았다.
상반된 처지의 남북한 대학생들이 현실을 공유하고 장단점을 찾아, 7,500만의 가슴에 꼭 들어맞는 통일의 방법을 찾고 시대를 선도하는 역군으로 자라나 민족의 숙원을 이루는 영웅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사진자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