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 ▶ ‘전국학생탐구토론대회’의 발표 주제를 통일교육으로 선택한 건 올해가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이니까 진정한 광복은 통일이란 생각에서 선생님과 함께 주제를 정했어요. 통일교육은 우리 학생들의 통일공감대를 넓히는데 꼭 필요한 거잖아요.
예본 ▶ 이번 발표를 위해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마산제일여고 학생들 말고도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까지 부탁해서 412개의 답변을 받았어요. 설문결과를 분석해보니 통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고, 통일교육을 받은 뒤에도 별로 얻은 게 없다고 응답한 아이들도 절반이나 된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같은 내용이 반복되니까 지루하다는 거였는데, 친구들은 통일교육도 현장참여 학습 방식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지형 ▶ 그래서 학생들이 원하는 현장 참여형 통일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면 좋을지, 다같이 아이디어를 냈어요. 학생들이 선호하는 현장체험학습이 제대로 되려면 적절한 장소 선정을 비롯해 프로그램 일정·계획, 학생의 적극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생각으로 DMZ 생태관광이라든지 임진각~도라전망대를 거치는 평화통일관광, 백마고지관광 등 3가지 코스를 짜봤고, 이러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DMZ 내에 남북대공원을 상상해서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어요. 또 현장 체험학습을 가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서는 시청각 교육시설이 갖춰진 통일버스를 만들어서 찾아간다는 아이디어도 냈고요.
지혜 ▶ 현장 체험형 통일교육 외에 북한과 남한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어요. 설문조사에서 친구들이 통일을 기피하는 원인이 뭘까 분석해보니 ‘북한 체제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어요. 그래서 통일교육을 할 때는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나눠서 보는 관점을 갖게 해주고, 남북한 간 상호작용을 이끌어내기 위해 중국 내 항일유적지를 공동으로 탐방한다든가,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 북한 학생들이 오거나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으로 남한 학생들이 견학을 가면 오래도록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이야기 했죠.
지혜 ▶ 설문결과를 봤을 때 ‘북한 체제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통일을 반대하는 아이들이 39%나 된다는 사실은 정말 의외였어요. 경제적 부담 때문일 거라고 예상했었거든요. 하지만 이러한 거부감에 대해 분석한 자료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전문가분들께 자문을 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는데 아마도 TV 매체 등에서 묘사된 북한의 모습, 군사 퍼레이드 등의 장면들이 강하게 각인돼 막연히 싫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전문가분들의 정성어린 답변도 감사했고 지방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 이메일을 통해 학자분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지형 ▶ 저는 그 설문조사 외에도 반 아이들에게 따로 북한에 대해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통일에 대한 작은 희망을 봤어요. ‘축구 경기를 하는데 일본과 북한이 맞붙으면 누굴 응원할 거냐’고 물었더니 거의 다가 북한을 응원하겠대요. 그렇다면 ‘북한과 미국이 경기를 할 땐 누굴 응원할 거냐’고 물어보니까 ‘미국도 좋지만 같은 민족이니까 당연히 북한을 응원해야 한다’는 아이들이 70%정도 됐어요. 아이들 마음속에도 남북한이 한민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기본적으로 깔려있구나, 이런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교육도 그런 인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면 좋을 것 같아요.
현정 ▶ 꼭 설문조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우리가 받은 통일교육을 생각해 보면 강당에 모여 강의를 듣거나 교실에서 TV를 시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곤 하는데 머릿속에도 잘 안 들어오고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수동적인 교육이 아니라 직접 참여해볼 수 있는 통일교육을 제안하게 된 거예요.
예본 ▶북한 학생들은 인간적인 감정을 갖고 있기보다는 일사분란하고 딱딱할 것만 같았는데 조사 과정에서 토끼를 키운다는 이야길 듣고 북한 아이들도 자연에 관심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자연을 매개체로 북한 학생들과 친해지고 싶단 생각에서 DMZ 남북공동대공원 아이디어를 냈어요.
지혜 ▶ 각자 맡은 부분의 발표와 질문이 끝나고 성적이 잘 안나올까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 대회엔 처음인데다 사투리까지 많이 쓰니까 본선 진출할 때 ‘제발 우리 같은 팀이 하나라도 있어야 덜 부끄러울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이 없었어요. 특히 발표 내용 중 교육부 내에 독립적인 통일교육 담당 부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사회자분이 ‘우리가 각성해야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시자 괜한 말을 했나 덜컥 겁이 나기도 했구요. 그런데 대상 발표를 할 때 우리 팀 이름이 호명되자 정말 깜짝 놀랐어요.
현정 ▶제가 맨 마지막에 답변을 했는데 제한 시간은 30초 밖에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필 마이크까지 상태가 안 좋아서 교체하고 나니 정말 떨렸어요. 발표가 끝난 뒤 자책을 많이 했는데, 나중에 칭찬도 받았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어요. 발표 전에 우리가 제시한 통일교육 대안에 허점은 없는지 모니터링해준 선배와 친구들에게 고맙단 말하고 싶어요.
예본 ▶ 제가 학교를 빨리 진학해서 16살인데 아마 그 대회에서도 가장 막내였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언니들과 대회를 준비하면서 많은 걸 배운 것 같아요.
지혜 ▶ 저와 현정이 예본이는 모두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교사가 되거나 교육분야 학자가 되는 게 꿈이에요. 통일교육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각자의 꿈을 확고하게 다진 계기도 됐던 것 같아요.
지형 ▶저희는 하루전에 선생님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어요. 가는 도중에 길을 잘못 들어서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시간동안 선생님과 저희가 함께 예상 질의응답을 더 준비할 수 있었어요. 아마 그 시간이 저희가 대상을 받는데 큰 기여를 하지 않았나 싶어요.
현정 ▶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통일이 왜 필요한가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요. 제 답은 이거예요. 첫째는 남북이 계속 한반도에서 한민족으로 살아왔는데 반으로 나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분단됐다는 이유만으로 코리아디스카운트, 디스어드밴테이지를 당하는 건 좀 억울하단 거죠.
지형 ▶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서, 또 한민족이니까 통일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결국 통일을 이룰 사람도 우리 세대니까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혜 ▶ 그 전까진 통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나와 상관이 없는 문제처럼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이젠 통일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고 저 뿐만 아니라 친구, 가족들까지 통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예본 ▶ 사람들은 남북한 학생들이 상호작용을 하는 통일교육 방안을 들으면서 통일이 이뤄져야 그런 게 가능하지 않겠냐고 반문하지만, 전 교육을 통해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육적 문화적으로 교류해서 친근감 쌓다보면 통일도 더 빨라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