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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가뭄과 식량난 대책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

북한의 가뭄이 심각하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월 16일 “조선의 각지 농촌들에서 100년래의 왕가물로 심한 피해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 스스로 100년 만의 가뭄이라 표현하고 있으니 그 피해 수준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100년 만의 가뭄 피해는 가을철 수확량의 절대 감소를 의미하고, 이것은 북한 주민들의 극심한 식량 부족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은 경제의 몰락과 자연재해의 발생으로 수백만 명이 아사하는 ‘대기근 사태’를 경험했다. 북한의 대기근은 주민들의 대규모 아사를 초래했지만 중국으로의 대량 탈출과 북한 주민들의 지역 간 이동을 촉발하고, 북한에 시장을 등장시킨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올해 식량난이 재발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 것인가.

북한의 대가뭄과 식량 부족 사태에 대한 국내외 연구자들의 예측은 엇갈리고 있다. 북한에 대기근이 발생하고 대규모 아사 사태가 재연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배급 식량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해서 생존을 이어가기 때문에 가뭄으로 식량 생산이 감소하더라도 그 타격은 1990년대와는 비교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기근을 경험한 북한 주민들은 더 이상 당국을 믿지 않고 스스로 사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식량을 밀수하거나, 소토지를 더 가꿔서 시장에 식량을 공급할 것이므로 대규모 아사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100년 만의 대가뭄과 여름철 태풍과 홍수 피해는 북한의 식량 생산량을 급격히 감소시킬 것이란 사실이다. 시장에 식량이 부족하고, 가격은 오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구매력을 갖추지 못한 소외계층은 아사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7월 15일 발표한 ‘북한 가뭄 상황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북한에서 중증 급성 영양실조로 치료받은 아동 수가 전년에 비해 38%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엔 보고서는 “이 시기(영양실조 아동이 증가한 시기)가 지난해 가뭄이 진행됐던 때와 일치한다”면서 “가뭄이 올해도 계속된 것을 감안하면 질병에 걸린 아동이 훨씬 증가하는 등 상황이 악화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영·유아와 산모에 대한 지원은 현재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농작물 작황과 관계수로 상태를 고려할 때 북한 주민의 올해 겨울나기에 대한 대규모 지원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식량 부족 사태는 대규모 식량 지원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가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저수지를 만들고, 관계수로를 정비하고, 산에 숲이 유지될 수 있도록 나무를 심으면서, 이 나무들이 땔감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북한 주택의 난방 시스템을 석탄 보일러로 교체해주어야 한다. 또한 경작지를 확대하고 우수한 종자와 비료, 농약을 적기에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 농민들이 자신의 노동의 대가를 스스로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결정은 북한 당국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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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상
영남대학교 정치학 박사. 현재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 통일부 정책평가위원 및 정책자문위원. 북한이탈주민지원센터 자문위원으로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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