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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의 비전

한·일 50년 경제 발전 상생
이젠 동아시아 평화 위해 협력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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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과 일본은 서로 국익을 위해서 협력과 우호 관계를 다지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7월 19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유흥수 주일 한국대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 등 참석자들이 술독의 뚜껑을 깨고 있다.

한·일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 정체성, 안보, 경제, 국제사회의 규범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하고 고찰해야 한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해 한·일관계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한·일관계의 전망과 미래 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을 찾아보자

한국과 일본은 2000년 이상 교류한 역사를가지고 있다. 가야와 백제의 멸망으로 한반도의 많은 사람들이 일본으로 이주했고, 통일신라와 일본은 적대관계에 있었다. 16세기 말 임진왜란 7년 동안 조선은 막대한 피해와 약탈, 수탈을 당했고 한·일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이 한반도와 아시아대륙으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발생했고, 여기서 승리한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합병했다.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징용·징병 등의 착취, 식량·자원·문화재의 대량 약탈이 이어졌다.

주권을 잃은 조선의 물적, 인적, 역사적 피해와 손해는 막대한 것이었다. 일제강점기가 조선의 근대화에 공헌했다는 주장은 정치·경제 발전의 기본이론에 맞지 않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정치·경제 발전은 불균형적이고 종속적인 것으로 성장보다 약탈, 수탈의 피해가 컸다

이에 비해 한국의 정치·경제 발전은 기본적으로 균형적이고 탈종속적이라고 평가된다. 6·25전쟁 이후 한국의 정치·경제 발전은 독립국가로서 한국 정부가 자발적으로 동서양의 문물과 제도를 비교·분석적으로 도입해 이뤄졌다. 비교 대상으로서 미국과 일본, 독일, 중국 등의 제도와 문물을 연구했다.

한국의 정치·경제 발전 과정에서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는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한국이 독립한 이후 단절됐던 한·일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전환점이었다. 분단된 한국이 6·25전쟁을 겪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비교적 나은 패전국 일본과 관계 개선을 통해 정치·경제적 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 식민지 시대의 피해에 대한 반일감정을 자제하고 한국과 일본이 대등한 국가로서 과거사 문제를 일단락 짓고 화해함으로써 정치·경제의 협력 틀을 확립한 계기가 됐다.

일본의 정치·경제 발전 모델을 한국이 답습하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관료제, 산업 구조, 재벌 구조, 중소기업 하청 구조, 경제·산업정책, 정부·산업·금융 네트워크, 중간재 부품 수출입, 자본·기술 협력, 법률 구조 등 많은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은 교류하고 협력했다. 일본이 제공한 식민지 보상금 성격의 청구권 자금과 일본 기업이 한국 기업에 투자한 자본 및 기술이 직접적으로 한국의 경제·산업 발전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신일본제철과 포항제철(POSCO)의 협력 사례는 자본과 기술의 투자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적인 측면에서 기업 간의 보완적 관계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신일본제철이 고급기술 제품의 생산을 담당하고 포항제철이 중·저급기술 제품 생산을 맡는 생산분업 형태도 나타났다. 두 회사의 경쟁과 협력이 공존한 사례다.

따라서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한·일관계는 양국의 과거사 및 식민 지배에 대한 포괄적 합의와 화해를 기반으로 정치·경제의 협력 틀이 이루어졌고, 세세한 분야에서 갈등과 경쟁이 존재했다고 할 수 있다. 갈등 분야는 역사 교과서, 야스쿠니신사 참배, 영토, 위안부, 무역 불균형 문제 등이었다

일본 군사력 증강, 한국에 안보 위협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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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6월 21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는 도쿄미나토구 외무성 이쿠라 공관 앞에서 혐한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일 수교 50주년인 2015년 한·일관계에는 안보, 경제, 과거사, 영토, 국제질서와 국제규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갈등과 경쟁 요인이 존재한다. 한·일관계는 동아시아와 글로벌 국제질서의 변환 구조 속에서 규정되고있다. 2015년 동아시아 국제질서는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가 공존하는 복합 갈등 상황에서, 부상하는 중국에 대응하는 미·일동맹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미국의 긴장이 고조돼 중·러 대 미·일의 신냉전구조도 형성되고 있다. 미국과 이슬람 세력의 테러전쟁도 지속되고,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확장적 해양전략에 따라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영토·자원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정세 속에 지난 4월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발표하고 동맹을 강화하면서 지역 및 세계 안보에서 일본의 역할을 확대하며, 글로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미·일동맹의 강화는 점증하는 중국과 러시아 및 북한의 위협에 안보와 경제 양 측면에서 대응하는 방안이다.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해 자위대의 파견 영역을 확대하고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범위를 확장해서 미·일동맹을 글로벌화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응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미·일 간 협의를 일단락 지어서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흔들리는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를 추슬러서 강력히 이끌어온 아베 정부가 추진한 아베노믹스 경제정책이 엔저 효과에 힘입어 다소 효과를 보이는 가운데 미·일 안보동맹의 강화로 일본의 군사강국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 7월 아베 정부는 신미·일방위협력지침과 집단적 자위권을 수행하기 위한 안보법제를 의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일본이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회복하고 발전하는 배후에는 미국의 암묵적 지원이 존재하고, 이는 미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일본의 엔화 환율 저하를 용인하면서 도요타 등 일본산 자동차의 미국 판매가 늘고, 석유 등 에너지 가격 하락세가 유지되는 글로벌 경제 환경이 일본 아베노믹스의 효과를 견인하고 있다. 일본 경제가 2014년 후반기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2015년 전반기에는 무역 흑자를 기록하면서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동아시아 국제정세 속에서 미국은 강력하게 한·미·일 공조와 한·일관계의 개선을 권장해왔다. 한국은 한·미동맹과 한·중 협력을 외교정책의 양대 축으로 삼고 한·중·일, 한·미·일, 한·미·중 소다자외교를 추진해 한·일관계가 소원해진 경향이 있다.

한·일관계가 소원해진 원인의 한 가지는 경제적 요인에 의한 일본과 중국의 국제 위상 변화에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초 거품경제의 붕괴 이후 20년간 장기 침체를 겪는 동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을 입었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막대한 피해를 당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상대적으로 국제 위상이 하락했다.

반면 중국 경제는 끊임없이 성장해서 경제력과 국제 위상이 미국에 버금갈 정도로 상승했다. 그에 따라 정 치·경제적으로 한·중관계는 점점 중요해졌고 한·일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해졌다. 경제적으로도 한·중 교역이 한·일, 한·미 교역을 넘어서게 되었다.

일본에선 2012년 자민당 정권이 들어섰다. ‘강한 일본’을 주창하는 강경 보수의 역사수정주의적 성향을 띤 아베 정권이 경제 재건, 안보 강화, 헌법 개정 등을 추진하면서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한·일 간에는 경제적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안보 측면에서 영토 분쟁이 악화되고, 과거사와 역사교과서 문제에서 갈등 요인이 증가하고,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난항을 겪고, 국제사회에서의 분쟁이 잦아지면서 국제규범의 문제가 대두된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과 영토 분쟁은 한국에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 미·일동맹에 의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가능성은 한국 정부의 요청과 승인 문제와 관련해 주권 침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위안부 문제에서 아베 정부는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 일본은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와 군의 책임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와 2007년 미 하원 결의안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일본은 식민지 시대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저지른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다양한 역사관이 역사적 사실을 은폐할 수 있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국제규범과 같은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것은 국제규범의 위반이고 국제사회가 협력해서 이에 대응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G2 사이에서 한·일이 협력해야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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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본이 우익 보수주의적 역사관을 버리지 않으면 한·일관계 개선에는 난항이 거듭될 수밖에 없다. 사진은 한·일 간의 역사적 관계를 다룬 일본 역사 교과서.

한·일 수교 50주년인 2015년은 동아시아의 미래를 구상하며 한·일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시기다. 역사가 말해주듯 한국, 일본, 중국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고 중요하다. 동아시아에서 경제와 안보뿐만 아니라 환경, 기후, 오염, 해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필요하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동아시아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었고, 또 다른 경제위기가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만큼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은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50년간 서로 협력하며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일본 경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1년 상당수의 일본 기업이 생산기지를 한국으로 이전하는 투자를 했다. 세계적인 기술과 자본을 지닌 일본의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 한국은 일본과 협력해서 기술과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G2로 부상한 글로벌 환경에서 그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과 일본이 협력의 방안을 추구한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 50년 동안 이룩한 성장을 미래 50년에 재현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한·일 간의 정치·경제 협력을 위해서는 양국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어느 정도 일단락 짓고 안정되고 평화롭고 대등한 입장에서 경제 협력을 위한 협의에 임해야 한다. 영토 분쟁이나 안보 위협, 과거사 분쟁 등의 갈등 요인을 자제하고,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어야 한다. 기후, 환경, 오염 등 협력이 가능한 분야부터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정치· 경제 체제를 구성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한국은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고 국제규범에 따라서 정치·경제 및 외교·안보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국제사회를 리드하는 미국과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와 보편적 가치를 준수하며 국가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한·미동맹과 한·중 협력을 양대 축으로 하는 복합적 균형외교를 기반으로 한·중·일, 한·미·일, 한·미·중의 소다자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한국의 기본적 외교 틀 속에서 한·일관계의 갈등, 경쟁 및 협력을 관리해나가야 한다.

한국은 일본의 보통국가화와 군사대국화뿐만 아니라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는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일본의 경제위기는 한국에 경제 및 안보적 측면에서 불안 요인이 된다. 경제적으로 절박한 일본이 정치적으로 무모한 행동을 한다면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아베 정부의 미·일동맹 강화, 집단적 자위권 행사, 군사력 증강, 헌법 개정, 아베노믹스 등의 안보·경제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한·일 간 긴요한 경제 협력을 추진하는 국가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과거사, 영토, 위안부, 집단적 자위권 같은 문제에서 원칙을 준수하고, 경제 협력 등에서 유연성 있는 외교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한·일 간 정치·경제 협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상호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2015년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이다. 아베 정부가 과거사 문제와 안보 문제에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에 따라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제 재건을 위해서는 일본이 한국 및 중국과 협력관계로 나가야 하고 이를 위해선 과거사 문제 등에서 유화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 아베 정부가 국수주의적 우익사관을 고수하고 주변국을 배려하지 않는 외교정책을 취하면, 국제관계뿐만 아니라 일본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한·일 양국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을 통해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상호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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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서울대 법학과 졸업, 미 스탠퍼드대 정치학 박사. 일본 도쿄대 정치학연구과 객원연구원, 서강대 겸임교수,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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