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북한 IN

이전 홈 다음

꿈틀거리는 북한의 부동산 시장

아파트 신규 건설 활발,
중국인 대북 사업가도 진출

북한 IN
<사진>북한의 부동산 건설 붐을 여실히 보여주는 평양의 대규모 주택단지 ‘미래과학자거리

현재 북한에서는 건축 붐과 함께 부동산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주택뿐 아니라 협동농장 토지, 공장기업소 부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북한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의 원인과 실태, 전망을 살펴본다.

소비는 소득의 ‘표출’이다. 즉, 소득과 달리 소비는 외부로 드러나 어느 정도 관찰이 가능하다. 필자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북한 주민의 소비 행태를 조사·분석한 결과, 2000년 이후 북한 주민이 가구와 가전제품에서 벽지, 장판, 타일, 섀시, 모래, 시멘트 등 건축 자재에 이르기까지 ‘주(住)’와 관련된 부문의 소비를 늘리고 있다는 현상에 주목했다.

주택은 옷이나 식품 같은 소비재와 달리 한번 거래에 유통되는 화폐량이 절대적으로 많다. 예를 들어 2014년 7월 평성 등 도 소재지급의 중간급 주택 거래가격은 가구당 3000~4000달러로 쌀 1, 2톤 가격과 맞먹는다. 쌀 1, 2톤은 북한의 1가구가 평균 4인이라 가정할 때 4~6년 분의 소비량. 이는 북한에서 주택이 단순히 건물로서가 아니라 부동산으로 거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에서 부동산 시장이라고 주택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시장 매탁에서 뙈기밭·소(燒)토지 등 산림, 과수원·부업밭 등 협동농장의 토지, 공장기업소 부지 등이 다양하게 거래되고 있다. 물론 이는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에 한정된 거래이지만 북한에서도 다양한 부동산 시장이 실질적으로 싹트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특히 최근 아파트 건설이 한창인데, 2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많은 아파트가 건설됐다. 평양시 중심은 여전히 중구역, 평천, 모란봉구역이지만, 평양시 외곽에 있는 광복거리가 김일성 시대인 1980년대 말경에, 통일거리가 김정일 시대인 1990년도 중반부터 조성됐고, 2010년 김정은 시대부터는 문수거리에 아파트가 세워져 평양시가 외곽으로 팽창했음을 알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시장, 역전, 편의시설 등 인프라와 장사 목과의 연계를 통해 주택 시장이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순천시에서는 시멘트, 석탄 등 원자재에 대한 시장 수요 급증으로 직동탄광 주변에 고급 개인주택이 세워졌다. 그 외에도 신발공장, 제약공장 등 주변에도 개인이 생산기지를 꾸리면서 주택이 새로 건설되었으며 집값도 상승했다. 지방도시 중 주택 가격이 가장 비싼 도시는 신의주인데, 이는 신의주가 무역과 연계가 강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한편 평성은 평양에 가깝고 사방으로 교통이 발달해 전국 물류 중심지가 되면서 신규 주택 건설이 많이 이뤄지고 주택 가격도 높다

북한 건설 붐에는 자재 공급해주는 ‘돈주’ 존재

최근 북한에서 아파트는 개인이 장사해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입지 중심으로 건설되는데,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파트를 완공하는 데 5~10년 이상 소요되었으나 최근에는 1, 2년 안으로 단축되었다. 그 이유는 배후에 자재의 안정적 공급을 뒷받침하는 ‘돈주(錢主)’가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건설 주기가 단축돼 간부들은 이러한 방식을 상당히 선호한다.

부동산 시장은 어떤 방식이든 지하 사금융 시장과 연계돼 있으며, 기관이나 기업소의 명의를 빌리지만 실질적 건설주(시행사)는 돈주다. 따라서 이들을 통해 없던 도시계획도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 세관, 역전이 가까워 최고의 물류 유통 입지를 자랑하는 신의주 채하시장은 2012년 오히려 외곽으로 밀려났으며, 대신 이 자리에 아파트가 대거 건설됐다.

구글 지도를 통해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1, 2년간 짧은 기간에 이 좁은 반경에 12동의 아파트가 신규 건설됐다. 이는 상품을 사고파는 시장이 지가가 낮은 곳으로 밀려난 대신 지가가 높은 곳에는 아파트를 건설해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윤을 실현하려는 돈주의 기대 욕구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이 아파트는 현재 신의주에서 최고가인 가구당 6만 달러에 거래된다.

그러나 돈주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계획경제 시스템은 여전하므로 아파트 건설을 위해서는 법·제도를 해결해줄 권력자의 힘이 필요하다. 따라서 토지·건축 허가 관련 부서, 설계·시공사 등에 이르기까지 힘 있는 사람들은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부터 미리 건설주로부터 아파트를 선물받는 관행이 생겼으며, 간부들은 이것을 종잣돈으로 하여 최근 새로운 건설주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인 대북 무역업자도 중국에서의 경험을 통해 북한 부동산 시장 진출을 시작했다.

주택 가격은 지역 간, 지역 내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상승했으며 중·단기적으로는 환율, 쌀값, 경기 변동 등에 따라 등락을 반복했다. 당분간 북한 주택 가격의 이런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와 신규 자산가에 의한 주택 수요 증가, 경제활동 증대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된 데 따른 가족 생활문화의 변화 때문이다. 관료들이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고 있고, 부동산에 대한 주민의 의식이 싹트는 것도 원인이다. 즉 부동산을 저축, 재산 형성, 투자,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의 발달은 개발경제학적인 측면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특히 신규 주택 건설은 토지에 막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계획경제 밖에서 건설 인력을 고용하는 노동시장을 싹트게 하는가 하면 개인의 장롱 속 돈은 이자를 낳게 하고, 나아가 투자로 전환하는 금융 시장을 형성한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자본주의 이행국가는 부동산 매각을 통해 경제 발전에 필요한 재정수입의 원천을 마련했으며, 이를 토대로 체제 전환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개발의 기본요소인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했다. 따라서 경제위기에 처한 북한 당국이 부동산을 어떻게 매각할지가 향후 경제 발전을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이다

photo

정은이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
일본 도호쿠대 경제학 박사. 통일부 자문위원과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센터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이 달의 메시지] 우리가 준비하는 통일의 길, 미래세대에게 이정표 될 것 [COVER STORY] 일본에서 본 한·일관계 정상화의 조건 [COVER STORY] 한·일관계의 비전 [광복 70주년 특집] ‘대한민국 배우기’ 열풍 [진단] 한·중앙아시아 교류협력 전망 [르포] 두만강 하구 북·중·러 접경지대 개발 현장 [이슈] 북한의 반복되는 기상재해 [북한 IN] 꿈틀거리는 북한의 부동산 시장 [인터뷰] 이영숙 부산부의장 [글로벌 평통] 황원균 워싱턴협의회장 [제17기 상임위원회] 10개 분과위원회 구성 [제17기 출범식] 국내와 해외 지역협의회별 출범식 개최 [뉴스 & 민주평통] 제17기 구성 이후 첫 번째 운영위원회 개최 장진호 전투 기념비 건립 성금 15만 달러 전달 제16기 운영위원에 공로장 전수 전통시장 활성화 캠페인 벌여 평화통일 염원 포스터 공모전 태극기 사랑 릴레이 캠페인 전개 북한이탈주민에게 사랑의 쌀 전달 ‘통일·평화를 위한 남북관계 방향’ 주제로 토론회 ‘8천만의 통일 노래’ 가사 공모전 입상작 선정… 코리안 페스티벌서 통일 홍보활동 벌여 [통일세상] 2015년 역사·통일골든벨 전국 결선대회 [협의회 탐방] ‘무지개 봉사단’으로 지역사회 돕는 의왕시협의회 [작은 통일] 올해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 ‘연평해전’ 김학순 감독 [길 위에서] 애달픈 국토의 막내 울릉도 [통일칼럼] 북한의 가뭄과 식량난 대책

페이스북 트위터 통일시대 뒤로가기버튼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