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달리 11월 15일 유엔 총회 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표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컨센서스로 통과되었다. 이는 북한 인권 상황이 극히 열악하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열악한 북한 주민의 인권이 보호(protect), 예방(prevent), 증진(promote)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호(protect), 존중(respect), 실현(fulfil)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호할 책임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핵심 가해자로 판명되고 있다. 금년도 유엔 총회 3위원회에서 통과된 북한인권결의안에서는 “리더십이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기관에 의해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결과를 인정함으로써 북한 지도층의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내에서 인권유린 행위가 근절되기 위해서는 ‘인도에 반한 죄’(crimes against humanity)를 저지른 가해자를 법정에 세워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김정은과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핵심 가해자이기 때문에 북한 내 법정에서 가해자를 처벌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제사회는 북한 내 인권침해 핵심 가해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여 처벌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북한내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규명(accountability)을 실현할 적절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9월 9일 소냐 비세르코 전 COI 위원과 사라 후세인 변호사 등 2명의 ‘책임규명 독립전문가 그룹’이 임명되어 활동하고 있다. 또한 ‘인도에 반한 죄’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가해자를 대상으로 ‘선별적 제재’(targeted sanctions)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대북제재 및 정책 강화법’(North Korea Sanctions and Policy Enhancement Act of 2016)과 오바마 대통령 ‘행정명령 13722호’에 입각하여 독자적인 대북인권제재에 나서고 있다.
북한 주민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의 태도 및 정책 변화와 더불어 북한 주민의 인식이 제고되어야 한다. 현재 북한 당국이 외부 정보 유입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인식이 제고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이 핵심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 내 정보 유입에 대해서는 시장화 확산에 따른 북한 내 지역별, 계층별, 세대별 인식의 분화 양상을 고려하여 맞춤형 정보 유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정보매체에 대한 북한 주민의 접근상황이 보다 면밀하게 조사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러한 매체에 대한 접근이 북한 주민의 인식에 미친 영향도 보다 전문적으로 조사가 되어야 한다.
북한인권법에 ‘인도적 지원’을 규정하고 있는데, 인도적 지원은 북한 주민의 인도적 고통을 해소하는 동시에 북한 주민의 인권 인식을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정립된 지원 절차를 준용하여 지원 지역을 직접 방문하고 북한 주민과의 접촉면을 확대함으로써 북한 주민의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북지원이 추진되어야 한다.
앞으로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처벌과 제재에 입각한 국제사회의 책임규명 활동의 근간이 되는 인권침해 근거자료를 제공하는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가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깨달을 수 있도록 적극 나설 때 북한 주민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뿐만 아니라 통일에 우호적인 여건도 조성될 것이다.
<사진. 청와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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