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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zine Vol.38 | 20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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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스토리 | 통일을 여는 사람들

우리 마음 속에
‘장벽’ 만들지 않는 게 바로 통일준비 이은정 독일 베를린자유대 한국학 학과장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한국학과 학과장을 역임하며 독일인을 비롯한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올바로 알리기 위해 교육과 연구에 매진해 온 이은정 교수(51). 특히 분단시절인 1984년부터 독일이 통일되고 통합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경험을 한반도 통일에 접목시키고자 꾸준히 노력해 왔다. 한국과 독일 문화교류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제8회 이미륵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이은정 교수에게 독일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천 가능한’ 통일준비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독일 학계에서도 주목 받는 베를린 자유대학교의 한국학 연구

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가 설립된 지 이제 십 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짧은 역사에 비해 빠른 속도로 성장해서 현재는 전공 학부생의 수가 250여 명, 매년 70명이 넘는 신입생이 입학하고 있어요. 한국학과에서는 주로 ‘사회과학적인 한국연구’를 해요. 한국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사회 등에 관한 입문부터 한국사상까지 광범위하게 다루죠. 자유대학교의 지역학연구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특히 한국학과는 다른 학과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어요. 이 가운데 ‘독일통일 연구결과의 한반도 적용을 위한 현장실험 프로젝트’의 경우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최초로 이루어진 현장적용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독일 학계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지금은 이 연구결과를 국제학계에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2015년도 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신입생

‘한국전쟁’만 알던 독일인, 이젠 ‘경제발전’이나 ‘시민사회운동’ 등으로 한국을 이해하다

▲ 이미륵상수상한국에 대한 독일인들의 인식은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어요. 1980년대에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한국전쟁’이나 ‘한국인 간호사’를 안다는 대답이 주를 이뤘는데 이젠 삼성과 현대가 한국의 기업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늘었어요. 우리 연구소에서는 매년 ‘독일 중고등학교의 사회과교사연수 워크숍’을 개최하는데, 한국전쟁뿐만 아니라 경제발전 경험 또는 환경문제와 시민사회운동 등과 같은 주제를 통해 한국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교사와 학생들도 있어요. 우리 연구소는 교사워크숍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알 수 없는 미지의 나라’가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이자 우방국이기 때문에 그 문화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있고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통일 현장에 있었던 한국인, 우리도 언젠간 서로 얼싸안고 울게 될 그날을 기대하며...

독일통일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국인으로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은 1989년 11월 10일 아침 일찍 제가 공부하던 괴팅겐이라는 작은 대학도시에 동독 시민들이 작은 자동차를 타고 물밀 듯이 밀려왔고, 연로하신 노인들이 길에 나와 서로 부둥켜안고 우시던 장면입니다. 독일인들은 공개 석상에서 감정을 드러내 보이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그 날은 바나나상자를 들고 나와서 동독인들에게 선물하던 서독인들과 그것을 받아든 동독인들 모두 눈물을 펑펑 흘렸습니다. 그 옆에 서서 구경하던 한국인 유학생들 또한 엉엉 울었지요. 그때의 감동적인 기억 때문에 저도 지금까지도 독일통일과 한국통일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언젠가는 우리도 그런 감동적인 순간을 맞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놓을 수 없으니까요.

우린 하나의 민족, 가장 중요한 건 마음속에 ‘장벽’을 만들지 않는 일

▲ 평화통일 한국 전통문 조성 및 제막식정치적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통일을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해요. 독일의 경험을 보자면 냉전의 긴장관계가 최고에 달하고 베를린 장벽이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에도 동서독인들은 서로를 민족에서 배제시키지 않았어요. 분단은 국가체제의 문제였을 뿐 민족적 관점에서 서로를 배제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통일을 할 수 있었고, 통일 이후 통합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다는 거죠. 독일통일의 주역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해 주면서 한국이 통일되려면 무엇보다 ‘장벽’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해요. 저도 우리 마음 속에 장벽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청년세대의 노력이 통일로 이어진다

분단시기 독일의 대학에서 공부한 저는 청년세대가 통일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그렇게 우려할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1980년대에 서독의 대학생이었던 청년세대에서 독일통일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사람은 극소수라고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거의 없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정치의식이 없었던 것은 절대 아니에요. 녹색운동 반전반핵 평화운동 환경운동 등 대부분의 새로운 시민사회운동의 주역들이 당시 독일의 청년세대였으니까요. 그들은 사회를 좀 더 정의롭고 바람직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활동했어요. 제가 너무 독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지만 1989년 11월 9일까지만 해도 동독보다는 프랑스나 스페인이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진다고 이야기하던 서독의 청년세대가 통일 이후 통합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묵묵히 감당해냈어요.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니까 다시 분리하자고 이야기한 사람도 없었고요. 따라서 한국의 청년세대 역시 지금 당장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우려하기보다는,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물어보고 싶습니다.

이은정 교수

탈북민의 남한 안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몇 년 전에 우리 학교에서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관계자를 모시고 베를린의 외국인담당관과 함께 좌담회를 개최했는데, 그 과정에서 독일 전문가들이 가장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탈북민을 다문화 이주자와 동일하게 간주해 완전한 이민족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입니다.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잘 안착하려면 한동네에 사는 주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옆집에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혼자서 고독사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한국 사회가 변화된 상황에서 그런 것을 기대하긴 어려울 수도 있겠죠. 제가 1980년대에 떠나온 우리 사회의 기억을 미화시켜 갖고 있는 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정착하는 데에는 제도나 지원보다는 그들이 우리 ‘동네’에 얼마만큼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는 지가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리. 기자희 / 사진. 안희숙(북유럽협의회 베를린지회장), 채동하(독일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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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독협회는 1920년 독일에 망명한 뒤 30년간 독일에 살면서 동서문화의 교량 역할을 한 이미륵 박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9년 독한협회와 공동으로 <이미륵상>을 제정, 2년마다 한독 문화교류 증진에 공로가 있는 인사에게 수여해 오고 있다. 이은정 교수는 2013년 제8회 이미륵상을 수상했다.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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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전체 기사 보기 기사발행 : 2016-03-09 / 제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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