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행사에는 현경대 수석부의장과 김철수 의료봉사단장 등 민주평통 의료봉사단 관계자 15명이 참여해 금강학교 탈북학생들의 건강검진을 도왔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위치한 금강학교는 한글을 깨우치지 못해 제도권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아동·청소년들과 제3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된 대안학교로 현재 40여 명의 아이들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금강학교 학생 중에는 한국어를 잘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생각보다 밝고 명랑했다. “방학 때 마트에 갔다가 쓰러졌는데 어디가 아픈지 잘 모르겠어요”, “소화가 안 되고 변비가 심해요”, “목에 가래가 있어요” 등등 의료진에게 평소 아팠던 곳을 또박또박 이야기 하기도 했고 중국말밖에 하지 못하는 동생들을 대신해 오빠 언니들이 대신 통역을 해주기도 했다. 또 채혈이 낯설고 두려웠던지 “피 다 뽑아요? 얼마큼 뽑아요?”, “피 뺄 때 너무 아파서 울 뻔했어요”라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이날 아이들의 건강상태는 대체로 양호했지만 전혀 건강관리가 되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다. 특히 안과 검진을 받은 한 아이는 오른쪽 눈이 실명된 것으로 진단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검사해보니 시력이 안 나와요. 오른쪽 눈이 하얗더라고요. 왼쪽도 원시가 심해서 안경을 쓰지 않으면 1미터 앞에 있는 것도 거의 볼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의료진은 이 여학생의 경우 수술을 해야 하고, 다른 쪽 눈이라도 보호하려면 빨리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으며, 그 외에도 시력이 나쁜 아이들이 많아 학생 절반가량은 안경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땀이 좀 많이 나고 온몸이 따가워요.”, “체력이 떨어져서 그래.”
검진센터 안쪽에 따로 진료실을 마련한 한방과에는 유난히 많은 학생들이 모였다. 북한이나 중국에서 온 아이들이기에 전통적인 한방치료가 양방보다 친숙한 느낌을 주는 듯했다. 한방과 진료를 맡은 김도연 원장(비경한의원)은 상담 도중 “아 넌 중국에서 왔구나”라며 한국말에 익숙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가끔씩 중국어를 섞어 말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겁내는 기색도 없이 침을 놔달라며 졸라대곤 했는데, 무릎이 아픈 남자 아이에게는 실제로 기본적인 침 시술과 함께 테이핑, 파스 요법을 진행했다. 이날 한방과에서는 아이들의 키 성장과 면역력 증강을 돕는 초제(탕)를 달여 와서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반면 병원 3층에 마련된 치과 검진실은 아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한 아이는 치과 가기가 무섭다며 그 앞에서 펑펑 울기도 했다. 이날 치과 검진 결과 80~90%의 아이들에게 충치가 있었고 구강 관리가 아예 안 된 아이들도 있었다. 의료진은 “즉석에서 치료가 가능한 아이들은 오늘 치료하고, 신경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충치가 심한 아이들은 여러 번 방문토록 해서 끝까지 치료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는 민주평통장학재단 장학생 2명이 의료봉사활동을 돕고 있었다. 탈북대학생 김미성(가명, 이화여대 간호학과 4학년) 씨는 “저희도 장학금을 받으면서 배려받고 있으니까 뭔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고 싶었는데 마침 건강검진에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오게 됐다”고 했다. 김미성 학생은 “탈북 아동?청소년에게 건강검진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만약 문제가 있으면 빨리 발견돼서 치료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료검진이 다 끝난 뒤 금강학교 학생들은 가정용 상비약 9종이 들어있는 구급약 키트와 남산 케이블카 왕복탑승권을 각각 선물로 받았다. 주명화 교장선생님은 “이번 기회에 검진받고 치료도 받아서 건강한 아이로 업그레이드되면 공부도 더욱 열심히 할 것 같다”며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건강검진에 앞서 의료진들은 탈북아이들과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현경대 수석부의장은 아이들에게 “오늘 건강 검진을 받고 아픈 곳 없이 씩씩하게 잘 자라길 바란다”며 “치료보다는 병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 손을 잘 씻고 식사 잘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수 단장은 “여러분이 행복해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학교를 계속 순회하면서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며 “스스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질문답변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건강·진로 등 여러 가지 질문을 쏟아냈다. 특히 한 학생은 “서울대 어떻게 가요?”라고 물었고 김철수 단장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면 서울대 갈 수 있어요”라고 답해주었다.
이날 봉사활동은 의료봉사단원도 17명에서 31명으로 늘었고 의료진들이 개인적으로 준비해온 선물들도 많아 더욱 활기가 넘쳤다. 김철수 단장은 “작년보다 더 전문적이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준비가 돼 있다”며 “아이들이 남한사회에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의료봉사단원들도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