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중학교는 지난 5월 중학생 역사통일 퀴즈왕 대회 대전·충남·세종 지역회의 대회에서 무려 8명의 학생이 입상했고 4명의 학생이 서울에서 열리는 결선에 참가하게 됐으며, 학생들을 지도한 윤석구 선생님은 특별 교사상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작년엔 7명의 학생이 결선에 진출했었다고. 윤 선생님은 평소 역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사탐구반을 운영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역사탐구반 아이들이라기에 책벌레, 학구파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직접 만나보니 예상과 전혀 달랐다. 특히 선후배 간, 교사 학생 간 친근한 대화가 인상 깊었다. 이계엽 교감 선생님이 잠깐 교실에 들르자 “아이고오~ 오랜만이십니다”라며 3학년 용빈이가 장난을 쳤다. 짤막한 자기소개 시간에 3학년 영주가 “저는 공부 빼곤 다 잘해요”라고 하자 아이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알고 보니 영주는 3학년 전체 1등이란다.
3학년 진욱이는 “전 축구를 잘해요”라고 했는데 아이들은 “여기 8명 중에서는 잘한다”고 부연설명을 했고 “미술도 잘해요”라고 하자 교감 선생님은 “잘한다기보다는 그냥 열심히 하는 거지”라고 말해 웃음바다가 됐다. 그 밖에 요즘 여자친구에게 푹 빠져있다는 영현이와 ‘한때 전교 1등이었지만 지금은 반항기를 겪고 있다’는 희찬이, 도 대회 피구왕 스트라이커이자 부회장인 기범이, 2?3학년 선배들의 농담에 마냥 웃기만 하는 1학년 재준이와 준호가 함께 했다.
먼저 올해 예선과 관련해서는 OX 퀴즈를 할 때 우르르 탈락했던 경험, 학교 수업 진도 차이 때문에 안타깝게 틀렸던 문제, 입상 학생 전부를 떨어뜨린 ‘제네바협정’ 문제 등이 화제에 올랐다. 윤석구 선생님은 “제네바협정, 그거 선생님과 같이 다 공부했던 거야”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대회를 준비하며 알게 된 역사 지식만큼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아이들.
1학년 재준이는 지역회의 예선대회에 가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긴장됐지만 몰랐던 역사, 특히 독립운동사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고 했다. 희찬이는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리인 것 같다”고 했다. 역사통일 퀴즈왕 대회를 준비하면서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자 인터넷에서도 역사 관련 기사들이 더 눈에 들어오고, 일부러 챙겨보다 보니 역사 지식이 배로 늘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특히 이번 대회를 통해 평소 어렵게만 느껴졌던 근현대사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2학년 기범이는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생님께 근현대사 배우면서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됐고 형들이랑 같이 하니까 머릿속에서 정리가 더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진욱이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역사책을 많이 읽었지만 조선후기까지였을 뿐 근현대사엔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에 체계가 잡힌 것 같다고 했다. 용빈이도 이젠 같은 반 친구들에게 근현대사를 설명해줄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영현이의 퀴즈왕 본선대회 도전기도 파란만장하다. 역사탐구반에 매번 지각하는 바람에 윤석구 선생님이 알려주신 첫 번째 문제를 공부하지 못했는데, 예선에서 혼자만 그 문제를 맞히지 못한 것. 그래서 올해는 하루도 지각하지 않았으며 밥도 5분 만에 먹어 치우고 남은 시간에 공부를 하는 등 ‘절치부심’해 노력한 결과 본선대회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한편, 희찬이는 작년에 도 대회에서 1등을 해서 중국 유적지 견학을 다녀올 수 있었다. 낯선 지역 학생들이 모인 만큼 반나절 동안은 서먹서먹했지만 나중에는 서로를 지역 이름으로 부르며 친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희찬이는 ‘홍성이’가 됐다. 당시 윤봉길 의사를 기념하는 훙커우 공원에 갔었는데 “교과서에서만 보던 의미 있는 유적지를 직접 볼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말했다.
영주는 평소 통일에 대해 매우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근현대사나 북한의 실상에 대해 알게 되면서 통일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했고 민주화 역시 그냥 이뤄진 게 아니라 누군가의 피땀과 눈물의 결실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디스플레이엔지니어가 꿈이라는 영주는 커다란 디스플레이 화면을 만들어서 북한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정보를 전달하고 싶다면서 북한에 아직 브라운관 TV가 많은데 싸고 질 좋은 평면 TV를 만들면 북한이 정말 좋은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범이는 “평소 통일을 꼭 이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남북한의 언어가 달라져 한민족인데 말도 안 통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단 걸 배우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진욱이는 “이런 이야기 해도 돼요?”라며 조심스럽게 묻더니 남남북녀 이야길 꺼낸다. “북한 여성들은 아리땁고 남편을 잘 챙겨준다더라”는 진욱이의 말에 아이들은 책상을 두드리며 웃어댔다. 영현는 경부선과 경의선을 이어서 철도를 놓는 게 꿈이라며 나중에 코레일 사장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용빈이는 인터넷에서 본 인공위성 사진에 대해 설명하며 “한반도의 밤을 위성촬영한 사진에서 북한 지역이 새까만 어둠에 싸여 있는 걸 봤는데 통일을 이뤄서 북한 주민들과 다 같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기자희, 사진제공. 민주평통 홍성군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