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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북한 최고인민회의 결과

경제 문제 한발 후퇴,
‘인민 생활 향상’ 헛구호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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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4월 9일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열린 북한의 제13기 3차 최고인민회의
2. 작년에 이어 올해도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해 최고인민회의 주석단석에 앉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작은 사진 왼쪽)과 황병서 군정치총국장.

4월 9일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열렸다. 매우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북한 당국의 올해 경제 분야 정책 방향과 주요 과제를 엿볼 수 있는 회의였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경제 문제보다는 사상 강국 위력과 국방력 강화를 강조했다. 북한의 2015년 최고인민회의 결과를 상세히 분석해본다.

북한에서는 매년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법규 제정 및 수정, 조직 및 인사 문제를 결정하고 내각 차원의 경제 과제와 국가 예산의 결산과 계획을 발표한다. 이를 통해 매우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북한 당국의 그해 경제 분야 정책 방향과 주요 과제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예산의 결산과 계획을 통해서 북한 경제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데, 북한이 정기적으로 외부에 공개하는 ‘거의 유일한’ 경제 수치라는 점에서 해석의 어려움과 신뢰 문제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올해 김정은 체제 출범 3년 차를 맞은 북한은 과거와 차별화된, 김정은 체제의 성격을 반영한 경제정책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지난 2년 동안 신년사를 통해 경제 문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강조하던 패턴에서 후퇴해 사상 강국 위력과 국방력 강화를 강조한 뒤 경제 문제를 세 번째로 언급했다. 이는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하던 2012년에 발표된 신년 공동사설과 유사한 패턴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 당국이 현재 국내외 정치적 상황을 불안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또한 올해 경제정책이 상대적으로 보수화할 개연성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최고인민회의에서 발표되는 경제 분야 과제는 기본적으로 신년사(신년 공동사설)에서 제시된 내용을 구체화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올해는 박봉주 내각 총리가 지난해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사업정형’과 올해 내각 부문의 과업에 대해 보고했다는 점에서 경제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최고인민회의의 내용은 신년사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며, 오히려 신년사에서 제기된 주요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제시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 분야 핵심 과제로 과학기술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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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난 4월 9일 열린 북한의 제13기 최고인민회의를 보도한 노동신문.

올해 신년사의 주요 특징은 경제 분야보다 사상투쟁과 군사력 강화를 우선적으로 강조한 점과 과학기술을 경제 분야 핵심 과제로 제시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올해 신년사에 제시된 경제 분야의 과제 중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모든 공장, 기업소들이 수입병을 없애고 원료, 자재, 설비의 국산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역설한 부분이다. 이는 그동안 공장과 기업소들이 생산 실적을 올리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각종 설비와 원자재를 수입해왔을 뿐만 아니라 유통 부문에서 중국산 상품을 수입해 쉽게 수익을 올렸던 현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북한 경제가 점차 회복 중으로 평가되지만 중국 경제에 너무 의존해가고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봉주 내각총리가 발표한 회의 보고문에 따르면 내각이 제시한 올해 추진 과제에는 신년사에서 지적된 중요한 문제점이 충분하게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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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에서처럼 가장 먼저 언급된 과학기술 부문에서는 “우리 식의 현대화, 정보화를 적극 다그쳐 자기 힘과 기술에 의거하여 자기 부문을 추켜세우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으로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자력갱생형’ 경제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다소 모순된 주장을 담고 있는 것이다. 농업 부문에서는 과학농법 도입과 농수 확보를 최우선적으로 강조하면서, 농업 부문의 증산을 위해서는 물, 비료 및 농기계 등 기본적인 투입재의 보장이 절실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축산 부문에서는 살림집, 집짐승우리, 도로 등과 같은 축산기지 관련 시설의 건설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어 축산 부문의 투자 및 생산 실적이 여전히 미흡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수산 부문에서는 고깃배와 어구들을 현대화하고 과학적 어로방법 도입 등을 강조하고 있으며, 경공업 부문에서는 원료와 자재의 국산화를 밝히고 있으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그쳐 실효성이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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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올해 북한은 노동당 창당 70주년을 성대하게 치르는 데 경제정책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2010년 노동당 창당 65주년 기념 열병식 때 트럭에 실려 선보인 북한 탄도미사일.

4대 선행 부문에 대해서는 화력발전소와 탄광에 대한 물자 보장을 통한 전력 증산, 금속공업의 주체화, 주체비료와 주체섬유 생산기지들의 생산 정상화를 통한 화학공업 부문의 역할 제고 등이 강조됐다. 건설 부문에서는 과학기술전당, 미래과학자거리, 고산과수농장 건설, 만경대학생소년궁전 개·보수 등이 제시되었으며, 산림 복구사업은 간단하게 언급되었다. 마지막으로는 사회문화 부문에서 ‘새 세기 교육혁명’, ‘체육열풍’, ‘명작폭포’ 등의 표현이 동원되었다.

신년사 내용과 다른 부분은 지방경제 부문에 대한 언급이라고 하겠다. “농업지대나 공업지구나 할 것 없이 자기 지방의 특성에 맞게 지방경제를 발전시켜 자기 지역 인민의 먹는 문제와 땔감, 기초식품 문제를 비롯하여 인민생활 향상에서 절실하게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방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주민들의 생활 향상이라는 과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데, 중앙정부의 역할보다는 지방정부 자체적인 노력이 강조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신년사에서 제시된 대외 경제관계 다각화 및 경제개발구 개발사업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노동당 창당 70주년 기념식 성대하게 치를 것 예상돼

2014년 결산 내용에서는 지방경제의 약진이 강조되고 있다. 전체 예산 수입은 전년에 비해 6% 증가해 2013년도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방 예산 수입은 계획보다 22.2%를 초과 달성해 2013년의 7.7%를 크게 앞질렀다. 지방정부 활성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올해 예산 편성의 주요 특징은 2012년을 정점으로 증가율이 큰 폭으로 감소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에 대한 분권화와 공장·기업소의 자율권 강화 조치 등을 통해 중앙정부의 재정 운용 부담을 축소했기 때문으로 보이며, 지나친 재정 확대에 따른 물가상승 요인을 억제하고자 하는 당국의 의도가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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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을 보면, 2014년부터 예산 수입을 구성하는 항목에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정재산 감가상각금’ 조항이 없어지고 대신 ‘재산 판매 및 가격편차 수입’과 ‘경제무역지대 수입’ 그리고 기타 항목이 추가된 것이다. 항목별 계획을 보면 모든 항목에서 전년도에 비해 증가율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다만 예산 수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가기업 이득금’과 ‘협동단체 이득금’ 그리고 ‘거래수입금’의 증가율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지출 계획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증가율이 지난해 6.5%에서 5.5%로 감소한 상태에서 수산 부문과 산림 부문이 주요 지출항목으로 추가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수산 부문 투자 확대와 산림 복구를 위한 전국적인 ‘투쟁’에 필요한 재원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밖에도 기본건설과 사회문화 부문에 대한 지출 계획이 평균치를 웃도는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어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70주년 기념일을 대대적으로 치르기 위한 정치 홍보사업에 대규모 재원을 투자할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돼왔던 농업과 경공업, 그리고 올해 신년사에서 최우선 과제로 제시된 과학기술 부문에 대한 지출 증가율은 평균치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 이 분야의 추진 과제가 구호에 그치는 게 아닌가 판단된다.(<표2>참조)

올해 북한의 경제정책은 10월 노동당 창당 70주년 기념일 행사를 성대하게 치른다는 목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10월 이전에 주요 선전용 건축물 건설을 포함해 투자 사업의 성과를 선전하기 위해 인력과 재원을 집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과 성과를 선전하는 데 필요한 사업에 당국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건축물로는 청천강 계단식 발전소, 고산과수농장, 미래과학자거리 등이 주요 대상으로 추진되고,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 건설사업과 산림 복구사업이 적극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에서 특히 국제관광지 건설사업과 산림 복구사업 등은 외부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어 북한이 대외 경제관계 개선을 위해 다양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같은 이유로 남북관계도 제한적인 수준에서나마 개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해볼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체육 부문의 성과를 과시하고 남북관계의 개선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한국에서 개최되는 체육대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개연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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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 뉴욕주립대(알바니) 경제학 박사. 현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장, 북한연구학회 부회장, 동북아경제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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