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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프로세스’ 맞춰 대북 지원 재개,
북한 동포 위해 지원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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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엑스레이 설치 및 기술 이전 모습.(2013년 8월 15일)

엄주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

지난 7월 29일 통일부가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와 ‘푸른나무’, ‘섬김’, ‘어린이어깨동무’, ‘민족사랑나눔’ 등 민간단체 5곳의 대북 지원계획을 승인함에 따라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민간단체들의 대북 지원이 이뤄졌다.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활동을 승인한 것은 지난 3월 유진벨재단의 결핵약 반출 승인 이후 4개월 만의 일. 앞으로 정부는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북한 영·유아 및 임산부 백신 지원 프로그램 등 인도적 사업에 604만 달러(약 67억 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8월 2일 북한 어린이와 영·유아들을 위한 의약품 등을 북한에 보내고 14~17일 평양과 개성 등을 방문한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이 대북 지원 물자의 분배 상황을 점검한 상황과 ‘대북 지원 활성화’에 대한 바람을 보내왔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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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가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에 지원한 의료용

2013년 7월 28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긴급 기자회견이 있었다. 요지는 개성공단 문제 협의를 위해 당국 간 7차 회담을 마지막으로 제안하면서 동시에 5개 민간단체의 물자 반출을 승인하고 유니세프를 통한 영·유아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것이었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이사장 홍경표, 이하 지원본부)는 1997년 남한의 보건의료인들이 모여 ‘북한어린이살리기의약품지원본부’를 설립한 이래 북녘의 아프고 고통 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대북 지원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2001년 대북 사업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사단법인으로 전환해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를 창립해 올해로 16년째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추진해왔다. 지원본부는 16년 동안 평양의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 대동강구역병원, 철도성병원을 비롯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 사업까지 북녘의 보건의료 지원사업을 진행해왔다.

지원본부는 2009년부터 시작된 남북관계 경색으로 정상적으로 의약품 지원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고, 2010년에는 천안함 사태로 5·24조치가 취해지면서 2011년까지는 평양으로 물자가 전혀 북송되지 못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이 재개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지원본부는 지속적으로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에 물자를 북송하기 위해 통일부에 물자 반출 신청을 하는 등 정상화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인도적 대북 지원 재개를 결정한 것이었다.

현재 재개된 인도적 지원은 영·유아, 어린이 등 취약계층에 한정되어 있고, 장기적 전망을 갖고 북녘에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사업은 여전히 막혀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는 일인 만큼 이번 물자 반출 승인을 계기로 점점 더 확대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고 기대를 갖고 있다. 개성공단 회담이 합의되었고,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도 진행될 것이라는 소식에 고무되어 있다.

평양은 변화 중… 더 많은 교류·협력 절실

통일부의 물자 반출 승인 이후, 지원본부는 북송 물자의 기술 이전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지난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평양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을 방문했다.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은 2010년 5월 방북을 마지막으로 3년 3개월 만의 방북이었다. 여전히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이 완전히 풀린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걱정을 안고 방문을 했다. 그 오랜 기간 동안 병원이 잘 운영되고 있을지, 우리가 기증한 물자가 잘 도착해 있을지 등등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그동안 어린이 환자를 잘 진료하고 있었고, 고장 난 장비는 고쳐서 쓰고, 고치기 어려운 물자는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평양이 너무나 많이 변해 어리둥절한 3박4일을 보냈다. 예전에는 갖고 간 휴대폰은 모두 수거해 공항에 보관했는데 이번엔 평양 시내로 갖고 들어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남한 사람이 아닌 외국인의 경우에는 평양 시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칩을 구매하면 언제든 외국으로의 통화도 가능했다. 또한 시내에 자동차도 더 많아졌고, ‘TAXI’ 표시를 한 택시가 운행되는 모습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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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어난 평양.

유엔과 중국 등의 제재로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였다. 평양에서는 평양 비행장부터 곳곳에 건설 현장을 볼 수 있었고, 이 공사 현장에서 사용할 모래와 자갈을 채취하기 위한 채취선이 대동강에 즐비했다.

평양 시민들도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고, 옷차림이나 얼굴빛도 남한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양이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 모르고 있다. 이 변화를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하는지 많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양의 변화를 좀 더 정확히 이해하고 확인하기 위해 더 많은 교류와 협력이 필요한 때이다.

지원본부는 이번 방문을 통해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 보건의료인들이 요청했던 물자를 중심으로 다시 물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려고 한다. 북으로 보낼 물자가 최종 결정되면 통일부에 물자 반출 신청을 하고 다시 평양을 방문할 계획이다.

향후 민간단체의 인도적 대북 지원이 더욱 확대되고 활성화돼 북녘의 아프고 고통 받는 어린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희망해본다. 미래의 통일 세대인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 서로 이해하고 함께 통일을 이룩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여력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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