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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정전 60주년의 상징
DMZ에 세계평화공원 조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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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연생태계의 보고인 비무장지대.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DMZ학회 회장

비무장지대(DMZ)는 6·25전쟁 기간 피아가 가장 치열하게 전투를 벌여 당시에 초토화되었던 지역이다. 그러나 이후 60여 년간 인간의 침입이 제한되면서 인위적으로 훼손되었던 생태계가 지금은 스스로 회복하여 다양한 특성을 지닌 생태계로 거듭났다. 전쟁 이후 남북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군사적 요구에 의해 부분적으로 손상된 부분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DMZ는 희귀동식물과 어류가 서식하고 조류가 도래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라 할 수 있으며 수질, 대기, 토지의 오염이 없는 청정지역이다.

한편 DMZ는 그 지리적 특성 때문에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교류와 협력의 피할 수 없는 접점이자 통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DMZ는 남북한의 정치·군사적 이해가 마주치는 곳일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나아가 환경 등 쌍방의 모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지역으로서 그동안 서로의 이해가 대립하여 교류·협력 사업에 활용될 수 없었던 것 또한 현실이었다. 다만 철도·도로 연결 시 제한적인 협력이 이루어졌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위한 통과지로서 활용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한이 DMZ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데 합의한다는 사실은 바로 서로가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 포괄적 측면에서 협력관계를 형성하여, 남북관계를 평화공존의 단계로 전이케 하는 결정적인 디딤돌을 마련함을 의미한다.

‘DMZ 세계평화공원’의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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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12년 ‘리얼 DMZ 프로젝트’미술 작품.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5월 8일 미국 의회에서 천명한 ‘DMZ 세계평화공원’ 구상은 바로 이러한 DMZ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바탕 위에서 제안되었다. ‘DMZ 세계평화공원’에서 ‘평화’의 개념은 인간과 인간 간의 평화, 인간과 자연환경 간의 평화를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이 구상은 한때 치열하게 싸웠던 국가와 국민은 물론,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세계인이 화합하고 교류하는 무대로 만들고, 인간에 의해 초토화되었으나 자연 스스로의 치유력으로 회복돼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이 지역을 이제 인간과 자연환경이 함께 공존하는 생명의 공간으로 만들고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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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MZ투어를 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DMZ에 ‘DMZ 세계평화공원’이 조성되면 DMZ가 전쟁을 도발하는 장소가 아니라 전쟁을 고발하고 반성하는 장소, 남북이 대립하고 갈등하는 장소가 아니라 화해하고 협력하여 하나가 되는 장소로 변화될 것이다. 나아가 인간에 의해 파괴되었으나 스스로 회복한 자연과 생태계를 더욱 잘 보전함으로써 인간과 자연환경도 화해하고 상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소로 탈바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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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MZ 세계평화공원 구상도

즉 ‘DMZ 세계평화공원’은 평화에 대한 적극적 의지의 표현이다. 대립과 갈등의 공간인 DMZ를 신뢰와 협력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결단의 표명이다. 갈등과 대립의 상징지역인 DMZ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남북 간 평화적 이용에 대한 합의 없이는 어떠한 남북 간 약속과 협력사업도 정치·군사적 상황 전개에 따라 사상누각이 될 수 있으며, 그 상징적 예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다.

한편 ‘DMZ 세계평화공원’ 구상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뚫으려는 동력이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구체적 실천전략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개성공단 폐쇄 위협은 모두 갈등과 대립의 상징인 DMZ와 연계선상에 놓인 사안이다.

북한이 현 상황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개성공단 폐쇄 위협을 사과할 리 없고, 그렇다고 우리가 물러설 수 없고 물러서서도 안 된다. 첨예한 평행선이 지속될 여기서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면, 우회로를 DMZ 내에서 찾을 수 있다. 남북한이 협의를 통해 “한반도에서 새로운 남북관계의 형성을 위해 쌍방의 모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접점이자 대결선인 DMZ 내의 일부 제한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에 합의하고 추진하기로 했다”고 남북한이 공동성명을 발표한다면, 쌍방이 대립 속에서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정상화는 물론, DMZ·접경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경협 모델 창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현 단계 남북관계의 가장 큰 화두는 북핵 문제의 해결이지만, 북핵 문제 해결은 장기적 과정을 거칠 것으로 판단된다. 핵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남북한이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평화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전략으로서 ‘DMZ 세계평화공원’이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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