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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첫 결실
개성공단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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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이 가동 10년 만에 최대 위기를 겪었다. 북한의 통행 제한 조치와 근로자 철수로 가동이 넉 달 넘게 중단됐다. 다행히 개성공단 1차 실무회담에서 재가동의 불씨를 살려냈다. 남북 당국은 지난 7월 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개성공단 즉시 재가동을 계속 주장한 반면, 우리는 개성공단 사태의 재발 방지와 국제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남북 간에 입장이 갈려 2차 실무회담부터는 파행을 거듭했다. 6차 실무회담에서는 북측의 수석대표가 일방적으로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박철수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실무회담이 파탄 나고 예전처럼 개성공단을 복원시키지 못하면 공단을 폐쇄하고 군부를 도로 이 지역에 넣어놓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7월 28일 대북성명을 통해 “북한은 지금이라도 개성공단 사태의 재발 방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해주기 바란다”며 “그러지 않으면 정부는 우리 기업들의 더 큰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막기 위해 부득이 중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우리 정부는 북측이 이에 대해 호응해올 것을 재차 촉구했지만, 북측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8월 7일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경협보험금 지급을 결정했고, 북한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전제로 7차 회담을 제의했다. 결국 8월 14일 개성공단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7차 실무회담에서 5개 항을 담은 합의서가 채택됐다. 우리 정부의 요구 사항을 북측이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 협상이 타결되었다.

남북은 개성공단 정상화와 향후 운영 원칙에 대한 방향을 도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 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못 박아 공단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공단 정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진 셈이다.

특히 개성공단을 국제적 공업단지로 발전시키기로 한 것은 향후 개성공단은 물론 남북관계 전반을 변화시킬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남북은 국제화 추진 방안으로 외국 기업 유치를 비롯해 공단 내 노무, 세무, 임금, 보험 등 관련 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제3국 수출에 대한 특혜관세 인정, 남북 공동 해외투자 설명회 개최 등에 합의했다. 위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공동 조사와 분쟁 해결, 손해배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한 것도 그렇다.

남북은 합의서에서 남북 당국자로 구성된 상설 기구인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신설하고 관련 의제별로 산하 위원회를 두는 등 체계적인 상시 소통 채널을 가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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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개성공단 7차 남북 실무회담이 타결되자 박수를 치고 있는 개성공단정상화촉구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첫 결실
개성공단은 133일 만에 극적으로 정상화의 길에 들어섰다. 남북 모두 개성공단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하기 위해 한 발씩 양보한 것이 이 같은 결실로 이어졌다.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7차까지 가는 동안 양측의 신경전과 완강한 태도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우리 정부는 재발 방지 주체 문제를 양보하고 북한은 개성공단 국제화를 받아들였다. 이는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던 기존 남북 협의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7차 회담에서 쟁점은 공단 중단 사태의 책임과 연관된 재발 방지 주체 표기 문제였다. 합의된 문구는 ‘남과 북’을 공동 명시했다. 공단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것은 북쪽이므로 재발 방지 주체도 북쪽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우리 측이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

개성공단 실무회담 타결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첫 결실을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 협력과 상생의 희망이요 평화와 통일의 씨앗과도 같은 개성공단은 다시는 정치·군사적인 이유로 문을 닫는 일이 없어야 한다.

북한 근로자 5만3000여 명이 123개 입주 기업에서 일해온 만큼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북 양측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경제적 부담도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남북이 협상 결렬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줄기차게 줄다리기를 해온 까닭도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으로서는 개성공단 오판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는 절박함이 있었다. 개성공단 재가동은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한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미중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 아세안지역안보포럼 등에서 북한을 더욱 압박한 것이 북한 지도부로 하여금 위기의식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북한은 대내적으로는 외자 유치를 통해 경제난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개성공단의 경제적 이익이 클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사태 해결 없이는 외자 유치를 통한 북한의 경제개발 계획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 자본 유치가 절실한 처지에서 개성공단 사태로 대외 신인도가 크게 추락했다. 중국과 추진하던 나선경제특구와 황금평 개발도 흔들거렸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마식령 스키장’ 등 원산 경제특구와 관광특구 개발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이제 관심은 개성공단이 어떤 절차를 거쳐, 언제쯤 실제 재가동에 들어가며, 국제화가 어떻게 실현될 것인가로 모아진다. 개성공단이 완전 정상화까지 가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개성공단 정상화의 첫걸음은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합의서’ 체결이다. 남북 양측이 합의서를 체결해 공동위원회를 띄우게 되면 이 기구를 통해 구체적인 재발 방지 보장 방안, 신변 안전·자산 보호 장치 마련, 3통, 재가동 시기와 절차, 공단 국제화 방안 등 실질적 문제들은 논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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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8월 14일 개성공단 실무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왼쪽)과
북측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합의서를 교환하고 있다.

북, 외국 자본 유치 절실
개성공단이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국제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와 국제화는 중국 쑤저우공단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중국 쑤저우공단은 중국과 싱가포르가 합작해 만든 공단이다. 양국 정부 간 협의체인 연합협조이사회(Joint Steering Committe)를 만들어 이곳에서 결정한 사항을 하부 행정기관인 관리위원회가 집행하는 형태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개성공단 국제화는 북한의 일방적 가동 중단을 어렵게 하는 공단 관리의 안정화 장치가 될 수 있다. 남북이 함께 해외 자본과 기업 유치 활동에 나서면서 신뢰를 쌓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남북이 합의한 약속이 성실하게 지켜진다면 개성공단의 활성화와 국제화는 물론 남북관계 발전에도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 기업들이 들어오고, 운영이 국제적 상식과 규범에 맞게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작동되는 것이 개성공단 국제화다.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연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이 안심하고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바이어들도 개성공단 기업에 발주를 하게 된다.

개성공단 국제화는 개성공단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우리 기업들로서도 개성공단 국제화를 통해 3통 보장은 물론 예측 가능한 공단 운영을 할 수 있다. 북한이 다른 해외 투자국을 의식해 부당한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으로선 그토록 어려운 외자 유치를 이끌어내고 대외 신인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개방·개혁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다른 개발특구에 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 발전을 꾀할 수 있다.

개성공단 국제화의 열쇠는 개성공단 제도와 운영을 선진화하는 것이다. 개성공단 국제화를 미심쩍어하는 북의 시각에서 보듯,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도 많다. 출입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의 자율성, 직원들의 신변 안전과 외국 기업의 투자자산 보호가 보장돼야 한다. 원산지 문제 해결과 특혜관세를 통한 수출 확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외국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낼 만한 수준의 제도화 방안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성공단 국제화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 남과 북, 그리고 주변국을 포함한 유엔 등 국제기구들이 참여하는 (가칭)개성공단 국제화위원회 구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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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활성화는 남북관계 발전 기폭제
개성공단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행되지 않는 합의안은 한낱 종잇장에 불과하다. 합의 내용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시설 점검과 설비 교체작업이 마무리되고,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가 구성되면 개성공단은 9월 중에 재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개성공단 국제화 논의도 본격화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면서 남북관계 전반을 개선해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난 6월에 개최를 추진하다가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로 무산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다시 여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북한의 행동이 바뀌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하여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인도적 지원 등을 본격화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등을 남북관계가 새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은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개성공단 사태를 통해 북한은 뼈저린 교훈을 얻기 바란다. 과거의 행동에서 벗어나 이제부터라도 신뢰를 보여주는 자세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경제 협력을 대남 압박 수단으로 삼으려 해선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이 도발 행위와 핵을 포기하고 진정한 평화 공존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이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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