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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롤모델로 한 미얀마의 성공 교훈
“이제 북한이 미얀마를 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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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안 문제를 이유로 출입이 제한됐던 아웅산묘역이 2013년 6월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미얀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얀마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지정학적 위치, 천연가스와 원유를 비롯한 막대한 자원, 그리고 국민들의 높은 교육수준 등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다. 6000만 명의 인구와 한반도의 3배가 넘는 영토는 미얀마의 잠재력을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미얀마는 오랜 기간 군사정권하에서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폐쇄체제를 유지하다가 부패와 인권 침해의 오명을 쓰고 유엔의 경제제재하에서 일인당 국민총생산(GNP)이 1000달러에 불과한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미얀마가 최근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면서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테인 세인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미얀마가 한국의 경험을 배우고자 하기 때문이다. 경제 발전과 정치적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한국의 경험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새마을운동에서부터 축구,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한류 열풍이 지구촌 어디보다 뜨거운 곳이 미얀마다. 미얀마에서 매일 방송되는 한국의 드라마 중에서도 ‘주몽’이나 ‘불멸의 이순신’과 같은 사극에서 장군들이 보여주는 애국심과 무용담은 미얀마의 군출신 지도층을 빠져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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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웅산 수치 여사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중국 의존도 줄이려 미국과 관계 개선 추진
미얀마가 우리의 주목을 끄는 더 큰 이유는 미얀마의 개혁 과정에서 드러난 주변국의 움직임이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 때문이다. 미얀마 개혁은 국민들의 민생을 개선하기 위한 지도부의 결단에 의한 것이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려야 하고, 이를 위해 개혁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얀마 개혁의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미얀마는 중국에 의존하게 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과 마찰이 발생했고 중국의 영향력 증가를 우려하게 되었다.

미얀마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게 되고 과감한 개방을 한 것이다. 미국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사급 관계를 복원하는 등 미얀마의 개혁을 지지하고 촉진시켰다.

미얀마는 최근 미국 외교정책에서 흔치 않은 성공 케이스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 직후 미얀마를 직접 방문하였고, 그 전에 힐러리 국무장관이 미얀마를 방문하여 미얀마 전통 의상을 입고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나는 역사적 장면을 연출했다.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국무장관의 미얀마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미얀마의 개방을 넘어서, 아시아에서의 민주주의의 확산과 여권 신장이라는 정치적 어젠다와 관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미얀마와 미국의 관계 개선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방해를 하지 않은 것은 미국과 중국의 협의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한편, 미얀마의 개혁 과정에서 일본의 태도 역시 흥미롭다. 2012년 미얀마의 문민정부 출범 직후 일본은 18억 달러의 부채를 탕감해주고 5억 달러의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하기로 하고 미얀마의 특별경제구역중 하나인 딜라와를 독점하는 민첩성을 과시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미얀마의 개혁 과정은 북한의 개혁 가능성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예컨대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의 심화, 북한의 대미 접근 의도, 대북 진출 기회를 엿보는 일본 등 북한이 처한 외부 환경 등은 미얀마와 매우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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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 5월 미국을 방문한 테인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

미얀마 사례는 북한의 개혁 가능성 시사
유사점 못지 않게 미얀마와 북한은 많은 차이점이 있다. 사실 미얀마 사람들은 자신들이 북한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개혁에 대한 의지보다는 핵·경제 병진 노선을 고집하는 북한 지도부, 미얀마에 비해 낮은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 남북분단 상황 등 많은 차이점을 열거한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점이 미얀마와 북한의 비교연구에 장애물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은 미얀마의 개혁을 본받아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도 반드시 두 케이스의 차이점을 몰라서는 아닐 것이다.

마침 개성공단 재개 과정은 북한의 태도 변화와 남북관계 진전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일방적인 근로자 철수로 시작되어 개성공단의 존폐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사태는 남북이 재발 방지와 국제화에 합의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인내력 있게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주장으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조차도 한국의 주장을 반박할 명분을 찾지 못하고 합의에 응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미얀마 개혁이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북한 연구에 만연한 비관론을 극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랜 기간 북한의 변화와 비핵화를 둘러싼 논의의 교착상태가 지속되자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개혁과 비핵화는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커졌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데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나아가 통일에 대한 목표의식이 흐려지고 평화적 분단 관리에 안주하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미얀마의 개혁 사례가 북한을 연구하는 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를 희망한다.

1 보안 문제를 이유로 출입이 제한됐던 아웅산묘역이 2013년 6월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2 아웅산 수치 여사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3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한 테인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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