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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무상 교육이 부른 ‘북한 과외 열풍’ 조미영(국민통일방송 라디오 진행자)

김일성은 1975년 사회주의 체제 건설 과정에서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하다며 ‘무상의무교육제도’를 내걸었다. 하지만 이는 명칭만 있는 허울일 뿐, 학생들은 교복부터 학업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 무상, 의무라는 미명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 전역을 강타한 ‘고난의 행군’으로 인해 허황된 구호로 전락한 것이다.

건설 현장이나 농촌 지원에 학생 동원, 학습시간은 보장 안 돼

북한은 수업료가 무료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선전하지만, 실상은 학교 시설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학생들로부터 충당하고 있다. 최근엔 노후화된 기숙사 난방시설을 수리하는 데 돈을 바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뇌물을 ‘고일(바칠)’ 것을 대놓고 요구하기도 한다. 당국에서 나오는 월급(3,000~5,000원)으로는 시장에서 쌀 1kg(최근 평양에서 5,450원에 거래)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학생들에게 종종 파철(쇠붙이의 깨어진 조각)이나 토끼 가죽을 모아오라는 과제가 부여되곤 하는데, 이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통치자금 확보’ 사업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는 당국의 주도로 북한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학생들이 우상화 건설 현장이나 농촌 지원에 동원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조리는 소학교(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쭉 이어지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집권 이후 ‘학교는 나라의 미래를 떠메고 나갈 역군들을 키우는 민족 간부 양성 기지’라고 강조하고 있고, 교육성 등에 ‘교육의 질을 높이고 현장실습과 실험을 통해 나라의 훌륭한 기술인재들로 키우라’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고, 노동력 착취와 학습시간 보장이 안 되는 것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 또한 증폭되고 있다고 한다.

▲  북한 청봉악단 공연 / ▲ 만경대소년궁전 과외활동

‘기회의 불평등’ 문제도 크다. 일명 ‘혁명의 수도’라 불리는 평양 아이들에게 모든 혜택이 집중되고 있어서다. 북한 TV를 보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피아노나 전통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어린아이들을 볼 수 있다. 이는 조기교육을 통해 예술 인재를 육성하기 때문인데, 평양 특권층의 경우 자녀를 명문 예술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유치원 때부터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북한판 걸그룹인 ‘모란봉악단’, ‘청봉악단’이 대표적이다.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도 금성학원 출신으로, 일찌감치 자녀의 소질을 찾기 위해 명문 유치원부터 보냈다. 그러나 이런 치열한 경쟁도 일반 학생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7살부터 사상학습 시작, 김정은 일가 우상화가 기본 과목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혁명역사, 혁명활동 등 김씨 일가의 우상화 내용을 기본 과목으로 내세우고 있고, 7세부터 아이들은 ‘소년단’이라는 조직에 입단해 강도 높은 사상 학습을 받아야 한다. ‘충성동이 효자동이 되자’는 말은 유치원 때부터 김씨 일가에 충성을 다하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내세우는 북한 교육의 핵심구호이다. 결국 학교는 북한 정권에 충성을 다할 일꾼을 키우기 위한 하나의 전초기지로 전락했다고 할 수 있겠다.

▲ 북한 과학기술전당을 방문한 조선소년단 / ▲ 평양 만경대 학생궁전에서 열린 조선소년단창립 70돌 기념 공연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의 사상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2014년 4월 1일 자로 무상 의무교육을 11년제에서 12년제로 개편한 것만 봐도 그렇다. 북한 매체는 김정은의 ‘후대사랑’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학생들은 정작 첫 12년제 무상 의무교육제에 따라 신학기 준비에만 1인당 평균 100달러 가량을 사용해야 했다고 한다.

또한 2014년 개정한 북한 교과서는 우상화를 강화했다. 학생들의 첫째 덕목을 ‘김정은에 대한 충정’으로 상정하고 ‘세 살 때 총을 잡은 김정은이 1초 간격으로 10개의 과녁을 모두 명중시켰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실기도 했다. 또한 여덟 살이 되기도 전에 승용차로 비포장도로를 질주했고, 시속 200km의 초고속 배를 몰아 외국 전문가와 경주에서 두 번이나 이겼다는 주장을 펼쳤다. 나뭇잎을 타고 압록강을 건너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다는 김일성 신화의 ‘김정은 버전’인 셈이다.

교원 생계와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건 ‘사교육’

▲ 과외활동 하는 북한 학생들때문에 최근에는 학교 교육에 집중하지 않는 주민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학습보다는 현실에서 필요한 ‘실습’에 대한 학습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평양시와 지방 여러 도시에서 개인교사로 불리는 ‘전문가 선생님’들이 줄줄이 등장하며 각광을 받고 있다. 유명 교원(교사)들은 자기 집 윗방이나 근처에 학습지도를 위한 셋방까지 마련해 놓고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 과목은 손풍금(아코디언)과 바이올린, 디스코와 전통무용, 그리고 붓글씨와 미술과 같은 예능 분야는 물론이고, 영어와 중국어까지 매우 다양하며, 정통한 교원이 매일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7시간 집중 교육하는 개별교육도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과외 열풍은 북한의 시장화와 연동돼서 발전하는 양상을 띤다. 전문 교원들은 한때 이름을 날렸던 유명인들로, 배급이 없고 월급마저 끊겨 사교육에 뛰어든 사람들이다. 이들은 담당학생 가정에서 매달 100위안(북한 돈 13만 5,000원)씩을 현금으로 받고 있으며, 한꺼번에 4~5명, 많게는 10명 이상의 아이들도 가르친다. 북한이 자랑스럽게 강조하는 ‘무상교육’은 갈수록 유명 무실해지고 사교육 시장이 교원들의 생계와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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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전체 기사 보기 기사발행 : 2016-01-02 / 제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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