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여름이 가을로 이어지고 가을은 겨울을 부르고 겨울은 또 다시 봄을 잉태하는 계절의 이치를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한 해를 넘기고 새해를 맞은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새로운 각오와 희망이 가득해야 할 이때, 마음이 무거운 이유는 우리 앞에 놓인 냉엄한 통일현실을 헤쳐 나가야 하는 부담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올해 한반도는 국익을 추구하는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 속에서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통일문제는 그만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통일이 기본적으로 남북당사자 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북아 및 국제정세가 상호작용하고 있는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점은 우리가 처한 통일 환경과 국제정세가 우리의 희망만큼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작년에 북한은 조선로동당 7차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여 김정은의 권력기반을 강화하고 핵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올해에도 북한은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핵보유와 경제건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치밀한 셈법을 통해 다양한 전략전술을 구사해 나갈 것이다. 이와 같은 실리추구 과정에서 북한은 핵전력을 통해 무소불위의 행동을 보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손익계산의 대상인 우리는 상당한 부담감을 안게 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외교정책 변화와 국익을 중심으로 한 갈등은 우리의 통일 환경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새롭게 등장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분명치 않은 정책방향으로 인해 여기저기에서 우려와 걱정이 섞인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강조하며 오마바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비판하고 있는 트럼프의 정책은 힘을 중심으로 한 대외정책으로 이어져 동맹국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한 중국의 대북정책과 북핵에 대한 입장 역시 분명하지 않다. 특히 시진핑의 권력을 한층 강화한 중국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외교정책을 수정할 경우 그 변화를 둘러싼 갈등의 소지들도 얼마든지 내포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문제 역시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북한문제에 대한 레토릭은 지속적이고 끊임없이 이어지겠지만 미중 간 경쟁 속에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남북관계와 우리의 통일문제 또한 후순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셈법에 따른 국익추구의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한반도 현실을 놓고 보면 2017년의 통일환경은 그 만큼 다양성을 띠게 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다변화된 통일환경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바로 우리의 몫이라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통일환경의 변화만큼 지속적인 통일환경 조성의 필요성 또한 증대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세상을 살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현실을 직시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로 우리 스스로를 위한 일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 국민이 한반도의 엄중한 위기상황을 일치된 단결로 극복해 왔듯이 통일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해 나가는 것은 오히려 불안과 우려로부터 벗어나는 길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불안과 우려를 넘어 미래 가능성을 열어둔 일에 더욱 전념해야 한다. 특히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은 남다른 사명감으로 ‘통일준비에는 우리 국민들의 통일의식 공감대 형성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차원에서의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유연하게 통일준비를 지속해 나가는 것은 곧 자문위원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하는 일이다. 자문위원으로서 냉철한 현실인식과 실천적인 방향, 방법들을 통해 통일준비에 대한 노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곧 우리 모두의 행복을 일구는 일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회란 스스로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은 새삼 재론할 여지가 없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내일 알아야 할 것을 오늘 배워야 한다(We should learn today what we have to know tomorrow)’며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한반도 전반에 걸쳐 급속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준비에 대한 예지력은 국가지도자와 정치인만이 아닌 국민 모두가 갖춰야 할 생존의 지혜이다. 통일에 대한 염원 앞에 험난한 파도가 밀려올 때 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7년 정유년 새해가 차가운 겨울을 넘기고 또 다른 따뜻한 해로 이어질지 여부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수고와 노력에 달려 있다.
<사진. 청와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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