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행복한 통일

Webzine Vol.40 | 20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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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스토리 | 통일 Talk

“받는 것에 익숙했던 우리가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어요. 하지만 우린 아직 젊잖아요. 남한청년들과 노력봉사를 하며 나누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해요.”
햇수로 3년 차, 매달 정기적으로 노숙인들에게 도시락 급식 나눔을 하고 지식이나 재능을 필요한 곳에 나누며, 소외계층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유니시드 통일봉사단. 80% 이상이 탈북민으로 구성돼 있는 봉사단원들은 이제 노력봉사를 넘어 스스로 정기후원자를 자청,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자신들이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고 있다.

5월 토크참가자

받는 사람에서 나누는 사람으로, 정기적인 봉사활동 펼쳐

엄에스더 : 유니시드 통일봉사단은 ‘남북한 청년들이 함께 모여 나눔으로 소통하고 사랑하며 하나가 되자’는 슬로건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매월 한 번씩 배식봉사와 서울역 노숙인 도시락 나눔활동을 하고, 또 다른 주에는 수공예나 영어, 컴퓨터를 교육하는 지식·문화공유 프로그램도 진행해요. 연중행사로 북한음식 교류, 시설아동 선물 전달, 쪽방촌 김치 및 연탄나눔 활동을 하고 있고, 특히 중국 등에서 숨어 지내는 탈북민에게는 가정마다 여유있는 생필품과 의류들을 접수받아 생필품이나 의류 등을 거의 매달 보내고 있습니다.

통일토크참가자들e-행복한통일 : 남한 정착도 쉽지 않은 일인데, 소외계층을 돕게 된 계기가 뭔가요?

엄에스더 : 엄마와 여동생이 제 눈앞에서 북송됐고 북한에 있던 남동생마저 어선이 침몰하는 바람에 시신조차 찾을 수 없게 됐어요. 내 가족을 살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탈북했는데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밀려왔고, 우울증을 앓게 돼 삶을 포기하려 했어요. 하지만 그 순간 저를 격려해준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앞으로 소외계층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겠다고 인생의 목표를 정했어요. 남한에 온 지 7년간 거의 빠지지 않고 봉사활동을 해왔던 것 같아요. 그러다 2014년 유니시드를 만들어 다른 탈북친구들과 함께하게 됐고요.

김미정 : 유니시드를 알고는 있었지만 처음엔 선뜻 참여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학교 의무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나갔는데, 막상 해보니 북한 고향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북한과 중국에서 힘든 일을 겪었을 땐 아무도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남은 가족들이 항상 걱정인데 여기서 좋은 일을 많이 하면 누군가 우리 가족을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봉사하는 순간만큼은 다른 잡생각들이 사라지고 행복한 기분이 들고요.

엄에밀리 : 북송됐다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남한에 오게 됐는데, 엄마가 암 말기란 걸 알았어요. 많이 전이돼서 수술조차 할 수 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호전돼서 방사선치료를 받고 계세요. 항상 저는 ‘받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젠 나도 나눠야겠단 생각이 들었죠. 봉사할 때마다 뿌듯함과 성취감이 큰 것 같아요.

‘이 친구들에게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진심 통해

김미정 : 남한사람들은 노숙인 돕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노숙인들에게 도시락을 나눠드리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내심 기대했는데 막상 가보니 거친 말들을 하시더라고요. 술주정을 부리시거나 반찬 가짓수가 적다, 오징어 볶음이 질기다며 불평을 하시고요. 하지만 이젠 알아요. 그게 관심의 표현이고 단지 표현방식이 서툴 뿐이라는 걸요. 이분들의 생활환경은 누구보다 열악하고, 마음과 몸이 다 힘든 사람들이에요. 그래도 굶는 사람들이 많은 북한 땅을 생각해서라도 하루빨리 일어서시길 바래요.

통일토크참가자들

엄에스더 : 빨갱이들이 주는 거 안 먹는다’는 말도 들었어요. 동료들이 상처받을까 걱정됐지만 그런 말을 들었다고, 혹은 냄새가 난다고 그만둔 북한 친구는 한 명도 없어요. 나눔이 오래될수록 이분들의 마음 또한 열리고 있단 생각도 들어요. ‘다른 사람들은 의무적인 느낌이 나는데 이 친구들에게는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이야기해주신 분도 있고, 떡과 귤이 든 까만 비닐봉지를 가만히 손에 쥐여준 분도 계셨죠. 배식이 끝난 뒤 쓰레기를 함께 치워주거나 떼쓰는 아저씨들로부터 보호도 해주세요. 가진 것 없는 탈북민들이 와서 나누는 모습을 보고 그분들도 용기를 내서 삶에 복귀했으면 좋겠어요.

유진범 : 주말 봉사 때마다 참여하곤 하는데, 탈북친구들이 노숙인을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봉사를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현장에 나와 보면 노숙인들이 정말 유니시드를 좋아하세요. ‘이번에 누구 결혼한다던데? 누구 안 왔네?’라며 관심을 보이시죠. 칭찬도 많이 하고요. 낮은 자리에서 북한음식을 나누고 소통하는 걸 보면 정말 유니시드(통일을 위한 씨앗)가 심어지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나눔에 동참하는 봉사단, 탈북민에 대한 편견 없애

문민영 : 오늘 몇몇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왔는데, 비도 오고 처음이라 쉽지 않았지만 좋은 경험이었어요. 북한음식을 함께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북한 문화나 탈북민들의 생각을 알게 된 것 같고요. 말투가 좀 다르지만 경상도나 전라도 사투리와 크게 다르단 느낌은 못 받았고 오히려 노숙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위해주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어요. 씨앗은 작지만 때가 되면 많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유니시드의 노력이 통일 후 어떤 열매로 맺어질지 기대가 돼요.

통일토크참가자들

엄에스더 : 4명으로 시작했던 유니시드는 현재 동참자가 많아져 회원수가 많이 늘었어요. 처음 북한음식 나눔 봉사를 계획했을 때, 공모전 상금으로 비용을 충당하곤 했지만 이젠 십시일반 돈을 내는 친구들도 생겨났고요. 탈북친구들 열에 아홉은 집에 돈을 보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게 쉽진 않거든요. 나눔을 통해 감사한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이 되는 걸 보면 큰 보람을 느껴요.

엄에밀리 : 남북한 청년들이 같이 봉사활동을 하니까 유니시드를 바라보는 시선도 좋아지고 동참하고 싶다는 제의도 많이 와요. 이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탈북민에 대한 편견도 없앨 수 있고 정말 하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학재단 설립이 꿈, 남북청년 함께하는 통일문화 만들 것

통일토크참가자들e-행복한통일 : 유니시드의 앞으로의 계획, 봉사단원들의 꿈을 이야기해주세요.

엄에스더 : 남한에 왔을 때 한 시간 먼저 등교하고 학교 문 닫을 때 집에 오는 생활을 반복하며 열심히 공부했더니 장학금을 받게 됐어요. 그 장학금이 너무 고맙더라고요. 장학재단을 세우겠다는 꿈을 꾼 것도 그때 부터였죠. 유니시드가 장학금을 주는 단체가 되려면 단원들의 정기후원만으로는 부족해요. 올해는 북한음식으로 수익을 창출해 꿈을 향한 발판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대학교마다 유니시드 지부가 생긴다면 남북한 청년들이 함께 통일문화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김혜미 : 저는 일단 북에 있는 가족들을 데려오고 싶고 반드시 그렇게 할 거예요. 그보다 먼 장래에는 탈북 과정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도 북송됐던 적이 있고 여러 가지 일을 겪다 보니 그 아픔을 많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름’이 아닌 ‘공통점’ 찾아볼 때 통일 앞당겨져

엄에스더 : 정착이란 게 뭘까 고민해 본 적이 있어요. ‘남한 사람’화되는 것이 아니라 통일시대의 가교가 되는 것이 진정한 탈북민의 정착이란 생각을 했죠. 우린 제2의 실향민이다 보니 이산가족세대를 공감할 수 있고, 부모님 세대와 비슷한 문화적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그리고 지금은 대한민국 청년 중 한 사람인 거죠. 3세대와 공감할 수 있으니 통일이 됐을 때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란 생각을 했어요.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마음의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누며 소통하다 보면 친구가 되고, 친구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된다면 통일을 향한 간절함이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미정 : 분계선만 없으면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화차이를 극복하는 일이 쉽진 않더라고요. 북한주민들은 폐쇄된 사회에서 우물안 개구리처럼 지내왔지만 남한 사람들은 다양한 세계를 많이 경험해봤으니까 남한 분들이 한 걸음 더 다가와 주면 통일도 빨라지고 화합이 잘 이뤄질 것 같아요.

통일토크참가자들엄에밀리 : 지금처럼 남북정세가 안 좋을 땐 좀 불편한 시선이 느껴지는데, 똑같은 한국인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 탈북민들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갈 때 당당한 대한민국 시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유진범 : 남북한 주민 모두가 ‘서로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북한에서 왔다’는 말이 대전이나 대구, 제주, 강원도에서 왔다는 말처럼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도록, 그냥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될 수 있도록 모두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3년 전 중국에서 조선족 친구에게 한·중간 축구경기를 하면 누굴 응원할 거냐고 물었는데 중국 보다는 ‘형제’인 대한민국을 응원한다는 말이 제겐 큰 울림이 됐어요. 아, 축구 경기를 보며 같은 마음으로 응원만 해도 한 민족이라는 걸 느낄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죠. 이처럼 통일을 너무 거대담론으로 이야기하기 보다는 일상에서 한 민족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통일이 그리 어렵진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문민영 : 통일이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에게 다가온 현실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려면, 통일로 인한 여러가지 장점들이 자신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를 같이 보면 두 사람 사이에 공감이 일어나는 것처럼 남북한 역시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문화적 매개체가 있으면 좋겠어요. 강남스타일 춤으로 세계가 하나 되는 것처럼 국경을 뛰어넘는 문화가 필요해요. 북한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본다고 하는데 음악이나 공연, 영화 이런 것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사진 / 기자희>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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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전체 기사 보기 기사발행 : 2016-05-09 / 제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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