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말하다 | Today 남북

인쇄하기 확대 base 축소

북한 학생들의 방학생활 풍경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동식 박사

방학이 짧고 계절방학도 없다
북한 학생들도 한국과 같이 여름에는 여름방학, 겨울에는 겨울방학을 한다. 그런데 북한 학생들의 방학기간은 한국보다 짧고 계절방학인 봄방학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북한사전에는 ‘봄방학’이라는 용어조차 없다. 그러나 북한 내부를 들여다보면 방학이 짧고 봄방학이 없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먼저 북한 학생들의 계절별 방학기간을 살펴보면 대체로 여름방학은 8월 한 달간 이고, 겨울방학의 경우에는 학년별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 1~2학년 경우에는 겨울방학을 1월 초~2월 중순까지 1개월 반 정도 하고 나머지 학년은 1월 한 달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만 놓고 봐도 북한 학생들의 방학이 남한보다 짧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다 지역별, 학교별로도 방학기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도시지역 학생들의 방학이 농촌지역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길고, 같은 학교 학생이라도 학년에 따라 방학기간이 다르다.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에는 방학이라고 해봐야 단 며칠에 불과해 기숙사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방학기간에 겨우 고향에 다녀올 정도다. 한국의 경우 오히려 대학생들의 방학기간이 중고등학교 학생들보다 긴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구체적으로 보자. 대도시에 있는 학교의 경우 북한 당국이 주최하는 각종 정치행사에 빠짐없이 동원되어야 한다. 특히 평양시내 학생들의 경우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아리랑 예술축전’과 집단체조(마스게임), 군중시위, 군사퍼레이드 등 각종 정치행사에 동원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 전부터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행사에 임박해서는 수업을 전폐하고 행사준비에만 전념해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 농촌지역에 있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해마다 봄과 가을에 농촌지원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10세가 되는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오전에만 수업하고 오후에는 집단적으로 농장에 가서 농사일을 해야 한다. 중학교 1학년(우리의 초등학교 5학년에 해당)부터는 매년 봄과 가을에 각각 1개월 이상씩 농장에 나가 반별로 합숙하면서 농사일을 해야 한다. 이것을 ‘농촌지원’이라고 하는데, 이는 중소도시 및 농촌지역 학생이라면 무조건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대학생들의 경우에는 북한 당국이 개최하는 각종 정치행사에는 물론 농촌지원에도 빠짐없이 동원된다. 아마도 대학생들이 정치행사나 농촌지원에 동원되는 시간을 계산하면 1년에 6개월이 훨씬 넘을 것이다.

이와 같이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시간에 당국의 지시로 각종 정치행사와 농촌지원에 동원되기 때문에 수업일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해서 부족할 수밖에 수업일수를 보충하기 위해 그만큼 방학기간을 단축하고 있는 것이다. 농촌지역일수록, 고학년일수록 방학기간이 짧은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방학기간에도 할 일이 많다
남한의 학생들은 방학시즌이 되면 자신에게 부족하거나 하고 싶은 공부 또는 취미생활을 위해서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과 후 수업을 듣거나 학원에도 다니고 개인과외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운동과 오락 또는 여행을 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남한 학생들의 방학기간 생활모습은 대부분의 북한 학생들에게 ‘그림의 떡’이다.

물론 북한에도 방학이 되면 음악이나 체육 등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면서 즐겁게 생활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리고 대학입시 준비를 위해 고액의 개인과외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우는 평양시를 비롯한 대도시에 거주하는 극히 일부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며, 특히 그 중에서도 직위가 높고 돈이 많은 집의 경우에나 가능한 것이다. 말하자면 극소수의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 중소도시나 농촌지역에 사는 학생들은 학습참고서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아무리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그러면 북한의 대다수의 학생들은 방학기간에 무엇을 하면서 보낼까?
우선 대도시지역 학생들은 방학기간에도 여전히 정치행사를 위한 준비를 하거나 방학기간에 정치행사가 진행되면 거기에 동원되어야 한다. 또한 중소도시나 농촌지역 학생들의 경우에는 여름에는 토끼를 기르거나 부모님의 농사를 도와야 하고, 겨울에는 교실난방용 화목(火木)을 하거나 소똥ㆍ개똥을 모아 농사에 필요한 거름을 마련해야 한다. 방학기간에는 교사 신축이나 보수도 하는데, 이것도 거의 학생들의 몫이다.

여기에다 도시와 농촌 할 것 없이 ‘꼬마계획’이라는 명목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일정량의 고철과 폐지 등을 모아 수매하고 돈과 영수증을 가져다 제출하라는 과제를 제시하는데, 이 과제도 수행해야 한다. 어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사금(砂金)채취를 강요하기도 한다. 이렇게 짧은 방학기간이라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거의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바로 북한 학생들이다.

이 와중에도 북한 학생들은 짧은 시간을 이용해 여름에는 물놀이를 하고 겨울엔 스케이트를 타기도 하면서 즐겁게 생활한다. 특히 농촌에 사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겨울에 팽이 돌리기, 연 날리기,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를 많이 한다. 그리고 도시지역 아이들은 전자오락을 하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면서 방학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대부분의 북한 학생들이 보내는 방학기간 생활모습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당국에 의해 침해된 수업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짧아진 방학기간, 그 나마 정치행사 동원이나 학교에서 제시한 과제 수행을 위해 마음대로 공부하거나 놀 수도 없는 방학, 그러한 가운데서도 각종 민속놀이를 하면서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내는 것이 북한 학생들의 방학생활 풍경이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