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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한반도 안보환경 전망 정구연(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2017년 1월 20일, 많은 우려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였다. 선거 기간 정제되지 않은 레토릭으로 쏟아내었던 그의 대외정책 기조로서의 트럼프 독트린은 대전략 차원에서 미국이 마주한 위협이 무엇인가, 그리고 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접근법과 정책수단은 무엇인가에 있어서 현실주의적 선회를 예고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마주한 국제사회는 미국 스스로 대응하기 어려운 다양한 안보위협이 혼재하여 이를 위해 다자적 축소 차원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공고화 하려고 시도하였고 또 동시에 이러한 국제사회 다자적 관계 속에서의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고자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인식하는 위협은 테러리즘과 미국의 경제적 위상 약화, 불법이민문제이다. 즉 지극히 현실주의적 시각을 통해 인식할 수 있는, 또한 미국 본토에 국한된 위협의 외연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은 미국 우선주의인 것이다. 이는 미국의 국익에만 온전히 집중하겠다는 의지이며, 미국 본토에 집중한 국토안보 및 대외정책, 그리고 거래주의에 따른 다자주의에 대한 거부 등 일방적 축소의 접근법으로 개념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국내정책 현안에 우선순위가 있다. 실제로 대통령 당선 이후 2016년 11월 21일 밝힌 100일 계획(100 days plan)에서도 국정 우선순위는 미국의 국내적 이익, 특히 경제영역에서의 정책전환이 주류를 이룬다. 그가 밝힌 100일 계획의 핵심은 제조업과 다양한 산업영역에서의 혁신이 미국 본토 내에서 실현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예컨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으로부터의 탈퇴, 셰일가스 등 에너지 산업관련 규제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비자프로그램에 대한 조정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계획은 선거 기간 당시 트럼프 후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유권자와의 계약’이라는 제하의 선언문으로 남겨진 바 있는데, 최근 6개의 행정명령과 메모, 국가무역위원회 신설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이행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행보에 놓여있는 불확실성은 여러 차원에 존재한다. 우선, 트럼프의 중상주의적 경제정책과 이제까지 미국이 유지해온 자유국제주의적 리더십, 특히 외교·안보 현안에 있어서의 미국의 역할이 어떻게 조정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트럼프 독트린을 통해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 기조는 현실주의 시각에서의 역외균형전략적 측면이 크며, 책임 전가 차원의 동맹국들과의 방위비 분담 재조정 논의 부상, 거래주의 접근법 차원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탈퇴 결정, 균형 차원에서 중국과의 무역관계 재조정 등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리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미국의 국제사회 리더십 유지에 기여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또한 미국 내 여론에 따라 대외정책이 얼마나 변화할 것인가, 혹은 국내문제로 인해 대외정책이 영향을 받을 것인가 등의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이와 같은 논란은 국가안보 대통령 메모 2호에 따른 국가안보회의 운영 매뉴얼 변화와 더불어 백악관 수석 전략가 스티브 배넌이 이례적으로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사실에 기인한다.
세간에서는 국가안보회의가 스티브 배넌 수석 전략가, 토머스 보설트 국토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는 강경론자들이 이끌게 되었다는 점을 우려하고는 있지만, 최근의 행정명령 13767호가 유관 부처간 협의 없이 대통령 독단으로 처리되어 혼선을 빚는 지금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국가안보회의가 정책 결정 과정에 있어 얼마나 유효할지는 미지수이다. 외교안보부처 실무진들이 자리를 채울 때까지 선거 기간 논란을 일으켰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공약은 여과 없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맥락 속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접근법이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문제에 대한 접근법은 중국역할론이다.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압박해야 하고, 미국은 이러한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중간 ‘무역전쟁’과 미국의 상업적 이익을 침해하는 남중국해 문제가 아시아에서의 우선순위라는 점을 트럼프뿐만이 아니라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K.T. 맥퍼랜드 부보좌관 등에 의해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기는 하나,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징후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로 인해 고조된 위협인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적에게는 강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고, 최근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밥 코커 의원은 북한의 정권교체나 비동적 수단의 유용성을 언급한 바 있으며, 이러한 공세적 접근법은 마이크 폼페오 국가정보국 국장과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과도 공유되고 있다. 요컨대 트럼프의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은 ‘이전 행정부들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는 판단 하에, 비핵화의 의지가 없는 북한을 중국을 통해 압박한다는 데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압박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중국’과 같은 원칙을 협상 대상으로 삼는 거래주의적 접근법도 간과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와 협상을 원할 것이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응하더라도 ‘햄버거를 대접하겠다’고 말할 만큼 김정은을 동등한 대화 상대로 취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요컨대 트럼프의 대북접근법은 아직까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으나, 한반도에 있어서의 한미동맹 유지와 북한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적은 유지될 것이다. 다만 그 대북접근법과 추진 로드맵은 ‘전략적 인내’로부터의 차별성을 이끌어내고자 할 것이다.
요컨대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이 야기할 동북아 역내 질서와 힘의 분포가 비핵화를 비롯한 한국의 대북정책과 장기적인 통일정책 추진에 있어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인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전환기에 있어 대북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과 출구전략으로서의 통일정책을 수립할 수 있느냐의 여부일 것이다. 이를 위해선 장기적인 국가이익 차원에서의 통일지향적 대북정책의 수립이 절실할 것이며, 이에 대한 국제사회 및 국내적 차원의 통일에 대한 지지가 지속되도록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