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꿈꾸다│통일을 여는 사람들

'나눔은 곧 곱하기' 북한이탈주민 돕는 개그맨 이승환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개그콘서트 ‘갈갈이 삼형제’의 ‘느끼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승환 씨. 방송활동을 접고 전국 260여 개의 체인점을 가진 외식프랜차이즈 CEO가 되면서 시작한 건 다문화가정과 북한이탈주민 등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 운동이다. 8년여동안 꾸준히 기부활동을 이어온 만큼 북한이탈주민의 현실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단순히 물품을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다양한 기부프로그램을 실천해 가고 있었다.

매달 한 번 1만원 씩 기부하는 '희망밥상'

이승환 씨는 지난해 말 ‘희망셰프’ 토니오와 함께 ‘아빠가 차려주는 만 원의 희망밥상(이하 희망밥상)’을 출간했다. 이 책은 희망을 찾아가는 여덟 가족(다문화, 북한이탈주민, 보트피플, 암환자, 장애인 가족 등)의 따뜻한 밥상이야기와 함께 ‘냉장고를 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30가지의 요리 레시피가 함께 들어있다. 한 달에 한 번만 외식 대신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하고, 그 절약된 돈 중 1만 원을 기부해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희망이 되자는 취지에서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의 인세 또한 전액 대한적십자사에 기부된다. 개그맨 이승환 책에서 소개된 북한이탈주민 사례는 이경민·김주희 씨 부부다. 이경민 씨는 열두 살 때 처음 탈북을 시도한 뒤 중국 공안에게 잡혀 북송됐고 이후 수차례에 걸쳐 재탈북을 시도하다 마침내 두만강을 건너 탈북에 성공했지만, 6~7년 동안 타국을 전전하다 2009년 한국에 왔다.
“이경민 씨에게 총에 맞아 죽을지도 모르는데 어린 나이에 어떻게 탈북을 결심할 수 있었는지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총에 맞아 죽는 건 미래고, 배고픈 건 현실이라며, 저기만 넘어가면 배 불리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넘어왔다고 하더라고요.”
이들 부부의 음식 에피소드로는 ‘속도전 떡’이 나온다. 속도전 떡은 북한 서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 옥수수 가루를 물에 갠 뒤 반죽해서 먹는 떡인데, 1분 안에 만들 수 있어서 속도전 떡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북한에서 하도 맛있게 먹어서 나중에 그 떡을 한국에서도 먹어봤대요. 맛이 어땠는지 물었더니 이렇게 맛없는 음식은 처음 먹어봤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이경민 씨는 지금 다니는 대학교를 빨리 졸업한 뒤 직장에 취직해서 아내와 아이들을 부양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향해 정진하고 있다.

'와보니 좋더라'는 입소문이 통일의 문을 열어줄 것

이승환 씨는 8년여 동안 대한적십자를 통해 북한이탈주민과 다문화, 독거노인, 결식아동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통일부 산하 사단법인인 ‘사랑을 담는 사람들(사담사)’ 활동을 통해 북한이탈주민들을 돕고 있다.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에서도 기회만 된다면 북한이탈주민들을 취업시켜 이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북한이탈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문적인 교육과 직업양성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 북한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남한에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다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해요. 나중에 이분들 가운데 의사나 변호사, 국회의원 등이 배출되면 북한이탈주민들의 권익이나 위상도 훨씬 높아질 수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직업교육을 더 강화해서 남한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일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개그맨 이승환 이승환 씨는 통일을 프랜차이즈에 비유했다. 프랜차이즈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입소문’인 것처럼 통일을 위해 필요한 것 또한 ‘북한이탈주민들의 입소문’이라는 것.
“외식업계에서는 ‘먹어보니 맛있더라’는 입소문이 중요하거든요. 북한이탈주민들 사이에서도 ‘남한에 와 보니까 좋더라, 노력하면 얻어지더라’와 같은 입소문이 돌아야 해요. 요즘 북한에 있는 가족이나 이웃과 직접 연락하며 지내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나라에 뿌리를 잘 내리면 그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북한에 흘러들어가게 돼있어요.”

다양한 기부프로그램 구상하는 '아이디어 뱅크'

개그맨들은 한 두 개의 코너를 진행하기 위해 수많은 아이디어 회의를 거친다. 이승환 씨는 그 아이디어를 이제 웃음을 주는 일이 아닌, 남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사용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대한적십자사 홍보대사로서 6년간 지속해온 ‘다문화가족 외가 방문 프로젝트’이다. 첫 회 세 가족 열 명으로 시작했는데, 규모가 점점 커져 지난해는 120여 명의 다문화가족이 고향을 방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개그맨 이승환

개그맨 이승환“다문화가정의 경우 아이는 한국말을 잘하는데, 엄마는 한국어에 서투르다보니 엄마를 ‘바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외가 방문 프로젝트였어요. 외갓집에 가면 엄마가 똑똑해지고 활달해져요. 엄마가 운전하는 오토바이 뒤에 아빠가 타기도 하고, 삼촌이나 외조부모가 다 같이 모여 엄마를 환영해주면 ‘아, 우리 엄마도 사랑받고 자랐구나’하고 느끼면서 엄마를 사랑하게 되는 거지요.”

현재 쇼핑몰이나 카카오스토리(이하 카스) 등을 이용한 기부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쇼핑몰(www.희망밥상.com)의 경우, 이른바 소비자들이 소비를 통해 의미 있는 나눔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마련됐으며, 건강한 식재료를 판매하고 판매액의 10%를 기부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또한 얼마 전 ‘카스 친구’ 10만 명을 달성한 이승환 씨는 ‘카스 친구’들에게 공언한 세 가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준비 중이다.
“10만 명 중 정직하고 진정성 있는 자영업 회원의 이야기를 제 카스에서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매일 10만 명이 제 이야기를 읽기 때문에 그 것 자체가 마케팅효과를 발휘할 수 있거든요. 단, 땀 흘려 가꾼 농수산물이나 장인정신으로 만든 가방과 같이 직접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분만을 소개하려고요. 제가 이 분들을 위한 무료 플랫폼이 되어드릴 것입니다.”

'탈북청년들의 후배 돕기'처럼 나눔은 나눔을 낳는다!

이승환 씨가 나눔의 수혜자들에게 듣고 싶은 말은 ‘고마워’가 아니다. ‘내가 혜택을 받았으니까 다음에는 나도 남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이다. 이런 마음이 선순환돼서 릴레이식으로 이어지고 더 커져가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는 것.
“얼마 전, 후원을 통해 대학교공부를 마치고 취업에 성공한 졸업한 탈북청년이 직장을 다니면서 다시 탈북 후배들을 후원하는 것을 봤어요. 이런 사례를 들을 때마다 보람이 느껴지고 희망 또한 더욱 커지는 것 같아요.”
개그맨 이승환기부활동을 하면서 또 하나 얻은 수확은 ‘아이들의 존경과 사랑’이다. 지난해 연말 이승환 씨는 홍대에서 ‘72시간 라이브 모금 방송’을 진행해 3일 만에 14억6천만 원을 모았다. 잠도 안자고 음식도 먹지 않고 72시간동안 유리 상자 안에서 모금 생방송을 한 것.
“배고픈 건 참을 만 한데 자고 싶을 때 잠을 잘 수 없다는 건 정말 괴롭더라고요. 방송이 끝나니까 감정이 북받쳐올랐는데, 그때 유리 상자밖에 있던 8살 큰 아들이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아빠 최고라고, 최고로 존경한다고 말해줘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승환 씨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으로 부를 축적해 재산을 남기기보다는 남에게 베푸는 마음을 심어주는 게 결국 자녀를 올바르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카스친구들이나 팬클럽 회원들에게도 자녀와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많이 장려하고 있다고 한다. 끝으로 그는 “결국 저는 연예인”이라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만 꽃을 피울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 행동을 칭찬해주시면 더 열심히 할 수 있다”며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했다.

<글. 기자희 / 사진. 스쿨버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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