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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기념 평화통일 대토론회

“한강의 기적에서 대동강의 기적 일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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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제과학환경분과위원회가 주관한 광복 70주년 기념 평화통일 대토론회가 열렸다. 9개 기관과 단체의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는 우리가 바라는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북한에서 ‘대동강의 기적’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졌다.

‘새로운 통일한국의 패러다임-한강의 기적에서 대동강의 기적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평화통일 대토론회’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경실련 통일협회, 국민대통합위원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북한연구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의 기관과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언론사로서는 매일경제신문이 후원했다.

개회사를 맡은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 부의장은 “이렇게 많은 단체가 모여서 통일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처음인 듯해 참으로 큰 힘이 된다”고 서두를 열며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의 의미를 이렇게 규정했다.

“통일을 너무 기능주의적 입장에서 접근하면 통일의 가치문제를 소홀히 할 수 있다. 나무 하나 하나에 천착하면 숲 전체를 볼 수 없는 법이다. 우리가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큰 숲을 보아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은 남북한 8000만 겨레와 해외동포까지 모두가 행복한 통일이어야 한다. 그 같은 통일은 바로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평화통일이다.”

이어 손길승 전경련 통일경제위원회 위원장,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몽산 경제정의실천연합 공동대표,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조성렬 북한연구학회 회장, 민흥식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이 환영사를 했다.

전홍택 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제1세션에서는 ‘대동강의 기적을 향하여-통일한국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제목으로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가 주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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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1세션 발제를 맡은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북한으로서는 경제적 이익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체제 위협과 권력 약화라는 손실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체제 변혁을 요구하기에 앞서 경제부터 성장시키는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이 같은 모델이라면 북한으로서는 지배층의 기득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쉽고, 경제가 발전되면 북한 주민의 생활이 좋아져 체제가 안정될 것이다. 그 결과 인권 탄압도 줄어들고 핵개발 등 무력도발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할 것이니 분단과 통일 비용이 줄어들 것이다.”

좌 교수는 세계 어느 후진국도 경제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동시에 실현하지는 못했다면서, 경제적 도약을 위해 정치적 자유와 권리를 제한한 국가의 예로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을 들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박정희 정권이 이룩한 ‘한강의 기적’은 중국에서도 차용한 성공적 경제성장 모델이라는 것.

“따라서 북한은 ‘한강의 기적’을 배워 ‘대동강의 기적’을 이룩해야 한다. 하지만 훌륭한 리더십이 없으면 경제 발전은 이룰 수 없다. 북한에 필요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같이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다.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은 북한에 우리 한강의 기적 노하우를 공유하며 도와주는 것이다.”

경제협력 선두 구실 하게 중소기업 지원해줘야

발제에 이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은 ‘대동강의 기적’ 개념이 북한 경제체제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데 동의하면서 추진 과정에서 애로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먼저 제시했다. 대동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 북한 체제가 붕괴하거나, 아니면 북한의 현 정권이 남한이 제시하는 통일 방안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현재로서 전자는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후자의 방식으로 대동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 증진을 통한 ‘북한의 한국화’가 바람직하다. 우선 비교적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는 농업이나 정보기술(IT)부터 남북이 생산협력을 하는 등 장기적 프로젝트를 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대북정책은 정치·군사 부문과 경제 부문을 분리해 진행해야 한다.”

이어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 남북 경협이 난항에 빠지면서 힘든 시기를 맞게 된 북한 진출 중소기업의 처지를 대변했다. 남 교수는 “서독 동방정책의 설계자였던 에곤 바르는 ‘통일은 역사적 날에 역사적 회의에서 결정된 한 번의 행위가 아니라 수많은 이정표와 단계를 거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며, 그렇게 수많은 교류와 협력을 이뤄내는 선두 구실을 우리 중소기업이 해낼 수 있도록 더욱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이자 평양과기대 대외협력부총장은 ‘신북방경제외교’를 펼치자고 주장하며 “남북 양자관계도 중요하지만 세계화 흐름을 활용해 주변국도 함께 통일 대박의 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러시아 및 중국 국경에서 벌이고 있는 경제활동에 우리 중소기업들도 참여해 다자 협력에 나서자는 것이다.

1부 세션의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허경회 홍익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겸 민주평통 경제과학환경분과위 간사는 통일준비위원회가 마련 중인 통일헌장에 담을 세 가지 내용을 제안했다. 첫째 통일헌장은 ‘평화통일’이란 이름으로 제정돼야 한다, 둘째 먼저 우리 측이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담은 로드맵으로서 ‘통일소헌장’을 제정한 뒤 이후 북측과 함께 ‘통일대헌장’을 만들자, 셋째 통일헌장에 ‘대동강의 기적’이라는 내용이 담겼으면 한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대동강의 기적은 남북 상생의 구체적 비전을 담고 있으며, 이것이 발전하면 남북 간 자유무역협정(FTA)과 유럽연합(EU)형 경제 통합까지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농업과 금융부터 협력 발전시켜야

제2세션은 대동강의 기적을 위한 통일경제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사회를 맡은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일에는 ‘발전’의 과제, ‘전환’의 과제, 그리고 두 경제를 ‘통합’하는 과제가 따르는데, 독일 통일은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는 과정에서 통일 비용과 후유증이 컸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통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제시하는 것이 바로 ‘대동강의 기적’”이라고 모두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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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제1세션에서 토론자로 나선 패널들.
2. 제2세션 토론자들. 제2세션에서는 ‘대동강의 기적’을 이뤄내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논의됐다.

최수영 한국경제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제 규모는 현재 너무 작아서 경제협력이 확대된다면 우리 경제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 이는 결코 북한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라며 “따라서 북한에 시장경제의 제도적 수용을 압박하는 경제공동체보다는 수위를 다소 낮춰 ‘공동시장’ 구성을 목표로 경제협력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즉 ‘제도적’ 통합 대신 ‘기능적’ 통합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우선 북한의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현재 북한의 시장화는 유통이나 서비스에 국한되는데 이를 생산 분야까지 넓히고, 북한의 노동력만 이용하는 현재의 남북 경협에서 탈피해 북한에서 생산되는 원료를 이용하는 등의 경제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글로벌협력연구부장은 북한의 농업 현황을 중심으로 경제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북한의 농업 생산성은 현재 남한의 60%밖에 안 되는 형편이다. 김정은 체제에서 5·30 조치와 같은 과감한 정책을 시행하기는 했으나, 농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비료나 농기계 산업, 에너지 분야 등이 낙후되었기 때문에 생산성 제고에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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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평화통일 대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해준 각 단체 대표자들. 왼쪽부터 민흥식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몽산 경실련 공동대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손길승 전경련 통일경제위원장, 권선주 IBK기업은행 은행장, 조성렬 북한연구학회 회장.

김영훈 연구부장은 바로 이런 농업 분야를 통해 남북 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다며 이렇게 설명한다.

“작은 협력을 통해 큰 변화를 견인하는 농업 협력이 필요하다. 그 좋은 예가 복합농촌단지 협력사업이다. 북한이 한국으로부터 복합농촌단지 사업 내용을 학습할 수 있도록 우선 식량이나 비료 지원 등을 통해 거부감을 없앤 후 인적 교류를 통해 협력사업을 펴나가자. 북한 지원에 대해 남측에서도 의견이 갈라져 ‘남남갈등’이 존재하는데, 작은 사업 하나하나를 통해 성과를 냄으로써 국민을 설득해나가야 한다.”

한편 배종렬 통일경제연구협회 사무총장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 경제 제재 등 때문에 과거보다 다자간 국제 협력사업 환경이 호의적이지 않다”면서도 “지금 당장 북한 지역에서 경협을 추진하기보다는 연해주나 동북 3성(省) 지역에서 추진할 수 있는 러·중·몽골과의 삼각협력 프로젝트 발굴에 역점을 두자”고 주장했다. 지금 현실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해 우회적으로 진행하는 게 장기적으로 대동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개성공단부터 성공시키자”고 주장했다. 10년 동안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해오며 이것 하나 제대로 성공시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대동강의 기적 모델을 적용해 성공시키느냐는 문제 제기다.

임 교수는 언젠가 개성공단이 남북 협력에 핵심적 구실을 할 것이라며 “북한은 우리 기업을 선호하면서도 실제로는 중국 자본을 유치하는 중이다. 남쪽의 자본을 받아들였다가 흡수통일이 될 것을 두려워해서다. 이런 북한의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키는가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에 경제특구를 건설하는 것과 동시에 금융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북한 경제특구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 역시 금융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아서라는 설명이다.

“지금같이 ‘체제’라는 보자기에 덮인 채 무늬만 경제특구인 상황에서는 외자를 유치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실질적인 경제특구를 만들려면 경제특구에 ‘1국 2체제’까지 적용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 과정에서 적극 나서 북한의 외자 유치를 돕고 제2개성공단을 수출자유지역으로 만들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자들은 북한의 실질적 경제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동강의 기적’ 청사진에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그 실현 방법과 분야별 우선순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다양한 시각을 가진, 상이한 분야의 9개 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통일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머리를 맞댄 평화통일 대토론회는 앞으로도 올해 안에 세 차례 더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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