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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 배치와 동북아 정세

북한 핵미사일 방어체제 필요
자주적 입장 확고히 견지해야

분석
<사진> 사드는 사거리 200km, 고도 150km의 방어용 무기체계다.

미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사드 배치가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격해오는 상대의 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격추시키는 방어용 무기체인 사드가 동북아시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도대체 사드는 어떤 무기체계이고, 왜 우리나라 방위를 위해 필요한지 짚어본다.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한국을 방문한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3월 16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기자들 앞에서 작심한 듯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에게도 “미국과 한국이 사드 문제에 대해 타당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면서 중국의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2월 4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미국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됐다. 지난해 7월 시진핑 주석이 방한했을 때도 유사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도 지난해 11월 26일 한국 국회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일부 언론과 지식인들은 사드 배치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의견을 더욱 강화하면서 중국과 미국 사이에 낀 한국의 어려운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반응을 부각시켜 전하고, 사드와 관련한 미국의 사소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보도한다. 공격해오는 상대의 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격추시키는 방어용 무기체계인 사드가 동북아시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일부 언론과 지식인들은 중국이 전략적 원모심려(遠謀深慮)를 바탕으로 사드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보도하지만, 이는 잘못된 보고에 근거한 해프닝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처음에 사드의 성능이 과장돼 알려졌듯이 중국에서도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는 “사드의 사거리가 2000㎞여서…”라면서 10배나 부풀려진 사거리를 강조한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당시에는 사드에 관한 제원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고, 이에 따라 시 주석이 잘못된 보고를 받았을 수 있다.

최근 사드의 제한된 능력이 드러남에 따라 중국 학자들의 논점은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우려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1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주최한 한중 좌담회에서 베이징대 후아한 교수는 “사드 자체는 중국의 억제태세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THAAD per se is not a threat to China’s deterrence)”면서, 다만 이를 계기로 한미동맹이 강화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관계에서 한미동맹을 약한 연결고리로 생각해,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놓으려고 사드 문제를 제기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사드에 관한 중국의 노골적인 개입은 이 기회에 한국을 길들이고자 하는 중국의 생각이 깔려 있다고 판단된다. 국내에서도 미국의 사드 배치를 한국이 허용할 경우 중국이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고, 중국과 미국 간에 어떤 충돌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한국은 양 강대국 간의 충돌에서 희생물이 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해온 사람도 적지 않다.

사드는 순수한 방어용 무기

사드에 관해서는 오해가 많은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탄도미사일 방어’(BMD : Ballistic Missile Defense, 한국에서는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이 사용했던 MD라는 용어를 아직 사용하지만, 세계적으로는 BMD라는 용어가 일반적이다)에 관한 개념을 알아야 한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BMD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참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반미감정만 자극하는 경우도 있다. ‘참여’의 의미가 미국을 공격하는 다른 국가의 탄도미사일을 한국이 대신 요격해주는 것을 말한다면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한국이 구축한 BMD를 미국이 통제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의 BMD는 한국에 대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려는 것이고, 미국의 BMD도 마찬가지로 핵미사일 위협에서 자국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분석
<사진> 사드 발사대를 떠난 요격 미사일이 두 번의 포물선을 그린 뒤 목표물을 쫓아가는 모습. 사진 출처 록히드마틴 홈페이지.

일부 언론과 지식인들은 사드가 미국을 공격하는 중국의 대륙간탄도탄(ICBM)을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사드는 목표를 향하여 공격해오고 있는 상대의 탄도미사일을 사거리 200km, 고도 150km 정도에서 요격하는 순수한 방어용 무기다. 대부분의 ICBM은 고도 1000km 이상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사드는 중국의 ICBM을 요격할 수 없고, 더군다나 미국을 공격하는 중국의 ICBM은 한반도를 통과하지 않는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드가 사용하는 AN/TPY-2 X-밴드 레이더가 중국의 ICBM 발사를 탐지해 미국에 정보를 전달해주기 때문에 중국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뜨거운 감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드에 부착된 X-밴드 레이더의 실제 탐지 거리는 1000~2000km에 불과하다. 보조 센서를 달아도 최대 2500km밖에 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사드에 연결된 X-밴드 레이더는 인공위성 등으로부터 발사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으면 그것을 ‘추적’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돼 있고, 발사를 탐지하는 기능으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즉, 중국을 위협할 만한 제원이 전혀 아니라는 말이다.

일본의 단호하고 철저한 대응 의미있어

사드에 관한 중국의 간섭과 한국의 민감한 반응은 일본의 경우와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일본은 북한의미사일 위협에 즉각적이고도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일본은 1998년 8월 31일 북한이 대포동 1호 미사일을 일본 열도를 넘어서 1600km 정도로 비행시키자 BMD 구축을 본격적으로 검토했다. 그 결과 2003년 12월부터 일본은 BMD의 청사진을 확정해 추진했다.

현재 일본은 지상 배치 요격미사일인 PAC-3 17개 포대(기존 16개 포대 이외에 최근 1개 포대 추가)를 전국적으로 배치했고, 해상 배치 요격미사일로는 SM-3 미사일을 장착한 구축함을 4척 보유하고 있다. 또한 자체 레이더 이외에 미국의 X-밴드 레이더를 두 군데 설치했고, 요격 고도가 500km에 달하는 SM-3 Block IIA를 미국과 공동 개발해 완성 단계에 있다. 사드나 지상용 SM-3 중 하나를 구입해 방어망을 더욱 보강한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이 BMD를 구축하는 동안 중국이 간헐적으로 비판하는 발언을 하기는 했으나, 일본은 한 번도 이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중국 또한 수사(修辭) 이상의 조치는 강구하지 않았다. 일본은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켰고, 최근에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중국은 일본의 군비 증강에 매우 민감하다.

그러나 2013년 9월 미국의 X-밴드 레이더를 추가로 일본에 배치한다고 결정했을 때도 중국 외교부에서는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일부 인사가 비판 성명만 발표하고 말았을 정도였다. 외부의 비판에도 필요할 경우 BMD를 구축하겠다는 국가의 의지 차이가 BMD에 관한 한국과 일본의 현 수준 차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일본은 처음부터 심각하게 인식해 BMD 구축을 서둘러왔던 반면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가급적이면 과소평가하고자 했고, 따라서 BMD 구축을 서두르지 않았던 게 아닌가라고 지적하고 싶다. 또한 일본은 미국과 적극적이면서 긴밀한 협력을 통해 BMD를 효과적으로 추진해온 반면에 한국은 일부 언론과 지식인들의 반미정서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해 협력을 회피해왔다고 여겨진다. 미국과의 협력 배제를 전제로 하는 ‘한국형’ BMD를 정책 목표로 추진함으로써 미국과의 협력은 더욱 어렵게 된 상황이다.

총력적, 자주적 북한 핵미사일 대비 필요

북한은 현재 10개 정도의 핵무기를 개발했고, 그것을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핵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할 수 있으며, 앞으로 계속해서 핵무기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초빙연구원은 한국 언론의 워싱턴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찬 모임에서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무기 수가 10~16개라고 전제하면서 북한은 2020년까지 최대 100개까지 핵무기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제 한국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저명한 군사이론가인 프러시아의 클라우제비츠는 유작인 <전쟁론>에서 전쟁은 “역설적 삼위일체(a paradoxical trinity)”라면서 국민, 정부, 군대의 통합적 노력이 승리에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한국의 국민, 정부, 군대는 공히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적었고, 미국과의 협력에서도 결정적인 실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부터라도 북한의 핵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해 미국은 물론 일본과도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함으로써 조기에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체제, 즉 BMD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분석
<사진> 지난 3월 16일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사진 왼쪽)는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와 회담을 갖고 한국의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그나름대로 방향을 설정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의 김민석 대변인은 3월 17일 “만일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관해 미국 정부가 결정해서 협의를 요청해올 경우 군사적 효용성, 국가 안보이익을 고려해 우리 주도로 판단하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주변국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해 그나름대로의 입장은 가질 수 있지만 우리의 국방안보 정책에 대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머물지 말고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필요한 무기체계를 조기에 획득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사드 논쟁을 계기로 우리에게 중국이 무엇이냐를 냉정하게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공식적으로 한국과 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이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 중국이 협조해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 문화 교류, 인적 교류는 지금보다 더 활발해질 수 있지만, 안보 문제에 관한 협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드나 BMD와 관련해 주변국들과 조화되는 결정을 내리고자 노력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주권국가라면 주변국의 비합리적 간섭에 대해서는 단호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한국의 방위를 위해 미군의 사드 배치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면 아무리 중국이 반대하더라도 이를 관철해야 한다. 중국의 처지에 대해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 자체가 중국이 우리를 만만하게 본 빌미가 됐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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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육군사관학교 졸업.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미국 국방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정보화 시대 국방 개혁에 관한 연구’로 경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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