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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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박근혜정부의 통일정책

통일에 대한 관심 높이고
대북정책도 여론에 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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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통일 관련 이슈를 끊임없이 환기시켜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사진은 지난 2월 16일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장단 집중토론회의.

박근혜정부의 국정 운영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아온 분야는 통일외교다.
물론 이는 절대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뜻은 아니므로, 너무 자신만만해서는 안 된다.
과연 국민은 왜 박근혜정부의 통일외교정책을 높게 평가했으며, 어떤 부분에 만족하고 어떤 부분에 대해 실망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박근혜정부 출범 3년 차를 맞아 올해 초 진행한 국정 평가에서 보수 성향의 매체는 물론 진보 성향의 매체까지 공통적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내린 분야는 통일외교다. 지난해 통일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과 시도가 많은 사회적 관심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아마도 그러한 여론이 반영된 듯하다. 지난해 1월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으로부터 시작해서 2월 이산가족 상봉과 3월 독일 드레스덴 선언을 거쳐 7월 통일준비위원회의 출범에 이르기까지 통일 관련 이슈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그러나 통일외교 분야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서 너무 자신만만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상대적 평가일 뿐이지 통일외교 분야가 절대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시점에서는 물론 지난 2년 동안의 남북관계가 썩 평탄치 않았음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그럼 국민은 왜 박근혜정부의 통일외교정책을 좋게 평가했으며, 어떤 부분에 만족하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실망했는지 좀 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데이터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한 평가 여론은 두 개 경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하나는 구체적 정책 현안에 대해 직접적으로 여론을 묻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의 통일 인식 변화를 파악함으로써 우회적으로 정책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정책 현안에 대한 여론은 즉각적이기는 하나 시의적 조류의 영향을 받기 쉬워 일관성이 떨어지고 유동적이다.

반면 국민의 통일 인식은 여러 가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해석을 신중하게 해야 하나, 시류의 영향을 적게 받아 비교적 안정적이고 긴 호흡의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글에서는 후자의 방법을 선택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활용한 데이터는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8년 연속 수행한 ‘통일의식조사’ 결과의 일부분이다.

통일 편익 기대감 상승, 고령층이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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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리 국민들은 ‘바람직한 대북정책이 어떤 내용을 최우선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북한의 개혁·개방과 인권 개선’을 꼽았다.

통일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동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통일이 가져다 줄 편익에 대한 기대감도 속할 것이다. “통일이 남한에 얼마나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2013년과 2014년 불과 1년 사이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이익이 될 것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2013년 48.6%에서 2014년 55.9%로 크게 상승했다. “통일이 자신에게 얼마나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역시 2013년 21.8%에서 2014년 27.1%로 비슷한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이 질문은 통일 편익이 무엇인지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추상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통일 이후 주요 사회문제 개선에 대해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자. 설문지에는 주요 사회문제로서 빈부 격차, 부동산 투기, 실업 문제, 범죄 문제, 지역 갈등, 이념 갈등이 제시됐다. 조사 결과, 흥미롭게도 빈부 격차의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2013년 대비 2014년에 기대감이 상승했다. 가장 큰 폭으로 기대감이 상승한 항목은 실업 문제(22.3%→29.8%)와 부동산 투기(14.5%→19.4%)로, 경제 영역의 통일 편익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통일 편익에 대한 기대 수준이 불과 1년 사이에 눈에 띄게 상승했다는 것은 특정한 요인이 작용했음을 시사하며,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 대박’의 효과가 크게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보면, 통일 편익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연령층이 젊은 층이 아니라 고령층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년에는 통일 편익에 대한 기대감이 주로 20대의 젊은 층에 의해 주도됐는데, 2014년의 상승세는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주도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것은 통일 편익의 기대감에 영향을 미친 ‘통일 대박’ 효과가 연령층 간에 불균등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통일 대박에 대한 연령별 공감도를 살펴보면, 50대 이상의 공감도는 20대의 공감도와 비교했을 때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연령대별 실업 문제 개선 기대감과 통일 대박 공감도 문항과의 교차 분석을 한 결과, 통일 후 실업 문제 개선에 대해 “매우 기대한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 통일 대박론에 “매우 공감한다”고 응답한 20대 응답자의 비율은 5.6%에 불과한 반면 50대 이상은 22.6%로 연령 간 큰 격차를 보였다.

앞에서 통일외교 분야가 박근혜정부의 2년간 국정 운영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이 통일외교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라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귀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2013년에는 57.6%, 2014년에는 53.5%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수치상으로는 다소 감소했으나 냉랭한 남북관계를 감안했을 때 절반 이상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는 점은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기반이 비교적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북정책 만족도는 정치적 지지도와 연계

그러나 대북정책에 대한 만족도 평가를 심층 분석해보면 여론의 구조는 꽤 복잡하다. 만족도가 높다고 한 응답자의 특징을 요약하면 이렇다. 50대 이상, 영남권, 저학력층, 보수층. 이것은 대북정책 만족도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지지도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젊은 층, 비영남권, 고학력층, 중도 및 진보층의 응답자들은 대북정책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이와 같은 여론의 구조적 특성은 기존의 세대 갈등, 지역 갈등, 이념 갈등이 중첩된 상황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대북정책이 얼마든지 사회 분열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밖에도 대북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경제 상황에 대한 만족도와 연계돼 있다는 점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즉, 경제 상황에 대해 만족하는 층은 대북정책 만족도 역시 높으며, 반대로 경제 상황에 대해 불만스러운 응답자들은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족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경제 상황이 나빠질 경우 비록 대북정책에 큰 변화 없이 기존 노선을 유지하더라도 대북정책 만족도는 낮아질 개연성이 크다.

통일의 국제 환경, 중국의 역할 비중 크게 증가

우리 국민에게 “바람직한 대북정책은 어떤 내용을 최우선시해야 하는가”를 물었다. 응답 결과는 북한의 개혁·개방과 인권 개선이 31.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것은 전년 대비 6.1% 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다음으로 상승 폭이 큰 것은 적극적인 통일정책과 통일 재원 준비로 전년 대비 2.7% 포인트 상승해 16.3%로 나타났다. 반면에 북핵 중단을 위한 국제 협력은 전년 대비 8% 포인트 하락해 18.5%로 나타났다. 이러한 응답 결과는 북한의 개혁·개방과 인권 개선 등 북한 사회의 내부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 국민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대북정책의 항목과 박근혜정부가 보여준 정책적 행보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이다. 드레스덴 선언과 통일준비위원회의 출범,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 북한 정권의 부패와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시민단체의 대북 전단지 살포 행위에 대한 묵과 등은 국민이 생각하는 최우선 대북정책 및 방향에 상당히 부합한다. 따라서 이 점이 박근혜정부의 국정 운영에서 통일외교 분야가 가장 호의적인 평가를 받게 된 주요 배경일 수 있다.

통일을 이루는 데 주변국과의 관계는 너무나 중요하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지위가 급성장한 만큼 한반도 통일에서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중국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러한 국제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듯 박근혜정부가 보여준 지난 2년간의 외교 행보를 보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가장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았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친중국 외교정책은 우리 국민의 주변국 관계 인식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나타난다. 한반도 평화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를 묻는 질문에서 “중국”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2년 30.5%에서 2013년 21.3%, 2014년 17.7%로 매우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반면 “일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2년 12.3%에서 2013년 16%, 2014년 25.1%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통일을 위해 주변국의 협조 필요성에서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4년 88.5%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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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박근혜정부가 통일외교 분야에서 보여준 행보는 단언컨대 돋보였다. 그리고 그 행보는 통일 여론의 방향과 비슷하게 진행됐다. 그런데 과연 그 행보의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적어도 현재적 시점에서 체감하는 남북관계는 얼어붙어 있다. 올해 초 반짝 내비쳤던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으로 한때 국민을 설레게 했던 것도 사실이나 이제는 그것 또한 요원한 일이 돼버렸다.

통일의식 조사 결과를 면밀히 살펴보면 분명히 ‘통일 대박’ 효과는 부분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작 통일 대박에 대한 공감도는 31.4%에 그치고 오히려 “그저 그렇다” 또는 “반반”이라는 유보적 응답률이 40%로 더 높게 나타났다.

국민은 영리하고 현실적이다. 통일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체감하는 남북관계의 간극을 어떻게 좁히느냐는 박근혜정부에 던져진 도전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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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미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서울대학교 사회학 박사. 현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겸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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