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23 | 20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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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보도, 북한에는 약일까 독일까

촛불시위 보도에 여념 없는 북한,
인민은 ‘거꾸로’ 시위를 배운다!

노동신문이 한국 매체에 실린 것을 무단 도용해 2016년 11월 30일자에 실은 광화문 광장의 촛불시위 모습. 한국의 발전된 모습이 발견되지 않도록 주변을 흐릿하게 처리했다.노동신문이 한국 매체에 실린 것을 무단 도용해 2016년 11월 30일자에 실은 광화문 광장의 촛불시위 모습. 한국의 발전된 모습이 발견되지 않도록 주변을 흐릿하게 처리했다.

북한의 괴벨스 김기남이 좌천된 후 북한 매체들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시위 보도를 제대로 검열하지 않고 내보내고 있다. 언젠가 평양에서도 촛불 시위가 일어날 수 있는 단초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이 실시간으로 북한에 전해진다곤 하지만, 북한 인민들이 국경 밖 세상을 보는 공식적인 루트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텔레비전의 화면뿐이다. 뻔한 기사나 멘트이지만 사람은 ‘행간’을 읽어낼 수 있으니, 외부 소식을 전할 때는 검열을 해야 한다.

북한 매체의 특파원은 한국에 상주할 수 없어 북한 매체에 실리는 이미지는 한국 것을 무단으로 수집한 것들이다. 이러한 것으로 1970년대까지 북한은 ‘북한은 천국, 남한은 지옥’ 식의 편집을 했다. 북한이 우월한 체제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경제 격차가 커진 1980년대부터 이분법적 보도는 사라지고, 한국의 불안한 정국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싣기 시작했다. 1986년부터 2000년 2차 남북 정상회담 직전까지는 평균 하루 한 장꼴로 반일·반미 시위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최근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고 있다. 하루 한 장꼴이 아니라 방대한 양의 사진과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물론 한국의 매체들이 찍은 것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2, 3일에 한 번씩 10장 전후의 사진을 싣고, 방송은 대담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서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한다.

북한이 무단으로 캡처한 사진과 영상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관련자들이 검찰에 출두하는 사진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대중 집회와 시위 사진만 게재하고 동영상 사용은 최소화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방송은 동영상이 아닌 사진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는 고해상도의 화면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과 함께 불필요한 정보를 차단하려는 의도 때문으로 파악된다. 아무래도 사진에 비해 동영상은 검열이 쉽지 않다.

2016년 11월 21일자 노동신문. 북한 함경북도 수해 지역의 살림집 복구가 끝났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2016년 11월 21일자 노동신문. 북한 함경북도 수해 지역의 살림집 복구가 끝났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한국 시민들의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모습을 통제하려는 노력은 쉽게 감지된다. 북한 매체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진에서는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패션이 눈에 띄지 않는다. 흐릿한 화면을 선택하거나 얼굴과 손에 든 피켓만 잘 보이는 사진을 선택한다.

상대방을 공격하는 보도는 일방적 홍보만큼이나 북한체제를 떠받치는 선전선동술이다. 도피하던 최순실 씨가 귀국한 10월 30일 이후 북한은 한국 상황 보도와 함께 대남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 정세를 “섭정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최순실 사건이 있기 전까지 북한 민심도 김정은 정권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은 함경북도의 수해와 복구 현황을 보여주는 사진을 계속 게재했다. 북한 매체들은 1만1600여 가구의 가옥이 파괴되고 6만89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인재가 겹쳐 피해가 커진 것이 진실 인데, 김정은 정권이 자연재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 와중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나왔다. 블랙홀에 빠져들어가는 한국의 모습은 북한 체제에는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소재였을지 모른다. 대남혁명에 유리한 혁명적 분위기가 도래했다는 것을 인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한국의 힘든 정국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체제 유지와 미래에 대한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한국의 시위 보도하며 역작용은 고려하지 않는가

당이 정해주는 곳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장소에 싫어하는 권력자를 조롱하는 팻말을 들고 나온 시민과 도도한 민심의 물결을 허용하고 있는 한국 공권력의 모습을 노동신문 사진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는 수신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다. 지면과 화면으로 보여준 이미지가 북한 사회에 ‘부작용’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시민들이 권력에 어떻게 항의하고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지 북한인민들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북한 매체의 이러한 노출은 선전선동의 귀재인 김기남 시대에서는 보이지 않던 방식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남전략을 일원화하기 위해 지난 6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공식 국가기구로 재편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최근 보도의 검열을 총책임지고 있다면, 첫 작품치곤 빈틈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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