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23 | 20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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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에 대한 우려와 기대

미 · 북 충돌로 갈 것이냐
협상으로 것이냐

2017년 트럼프(왼쪽)와 김정은은 정면 충돌할 것인가, 대화를 선택할 것인가.2017년 트럼프(왼쪽)와 김정은은 정면 충돌할 것인가, 대화를 선택할 것인가.

불확실성이 높으면 불안해진다.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안한 것은 상대도 마찬가지니,
제대로 대처하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
한국은 늘 종속변수라는 의식을 버리고
국내 정세부터 풀어야 한다.


2017년 정유년을 맞아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세는 격변기에 접어들었다. 지금과 같은 급격한 정세 변동은 중국의 공세적 현상 변경 정책과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개발에서 촉발된 것이지만, 미국과 일본, 한국의 대응이 맞물리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출범과 한국 대통령의 탄핵 국면으로 이 지역의 안보 정세는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예측불허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이 지역 안보 정세 변화의 최대 요인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출범에 따른 미국 동아시아 정책의 변화 가능성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의 수출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한국과 일본에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면서 관철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일본과 공동 개발한 미사일방어망(MD)에 대해서도 헛돈만 썼다고 투덜댔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등장에 대해 중국은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37년 전의 미·대만 단교 이후 처음으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한 미국 정상이다. 당연히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크게 반발했다.

사드 포대의 한국 배치도 변수가 되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도 마찬가지다. 사진은 괌에 있는 미 육군의 사드 포대.사드 포대의 한국 배치도 변수가 되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도 마찬가지다. 사진은 괌에 있는 미 육군의 사드 포대.

일본도 그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언급하지 않고,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는 “대통령에 취임하는 첫날 TPP를 탈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국과 관련된 동아시아 최대의 안보 쟁점이었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의 한국 배치 문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문제는 또 어떻게 될 것인가. 오바마 행정부의 관리들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드 배치에 1조5000억~2조 원이나 드는 데다 한국 내 여론이 분열돼 있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도 한국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유지될지 단언하기 어렵다. 양대 쟁점은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과 한국 신정부의 성격에 따라 방향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사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미래는?

한반도의 안보 현안을 유발한 북한은 정유년을 맞아 어떤 행동으로 나올 것인가. 북한은 제7차 노동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 13기 4차회의를 통해 김정은 정권의 기반을 굳혔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미 평화협정을 주장한다. 2016년 7월에는 3년 3개월 만에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재거론하는 등 평화 공세를 펴오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평화 공세는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한 핵군축회담을 요구하는 것이라 진정성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에 대해서는 대화하자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실제로 그 뒤 미국의 전직 관료들과 북한 외무성 관리들이 몇 차례 비공식 접촉을 가졌다.

향후 북한의 대외·대남전략은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과 한국의 조기 대통령 선거 같은 정세를 고려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하나는 한국의 정정 불안과 트럼프 체제의 미정비를 틈타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다.다른 하나는 도발을 자제하면서 미국과 한국 정세를 관망한 뒤 평화 공세로 나설 가능성이다. 미·북 대화의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한국의 경우에는 신정부의 향배에 따라 남북대화가 조기에 재개될 수 있다.

정유년 북한의 선택은?

먼저, 북한이 선제적으로 도발할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자. 지난 11월 30일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제5차 핵실험에 대해 결의안 2321호를 채택했다. 이튿날 한·미·일 3국은 대북독자제재안을 발표했다. 이번 제재의 특징은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과 직접 관련되지 않더라도 북한의 대외경제 자체를 제한하려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강력히 규탄하며 전면 배격한다”고 밝히고 “보다 강력한 자위적 대응조치를 불러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이 예고한 자위적 대응조치의 내용에 따라 정유년 한반도 정세는 달라질 수 있다. 북한의 대응도 핵실험만 실시할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병행할지에 따라 달라진다. 핵실험 없이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만 한다면 북한은 새로운 추가 제재를 피할 수 있다. 유엔은 비난을 담은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발표로 그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6차 핵실험과 같은 추가 도발을 감행한다면 또다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불러오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의 강경파들을 자극해 닫혀 있는 미· 북 대화의 문은 더욱 열리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대북 제재를 더욱 엄격히 하고 선제타격을 비롯한 모든 옵션을 고려할 것이다. 북한은 한국 정부가 정정 불안으로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틈타 강력한 군사도발을 저지를 수 있다.

미국과 1.5 트랙 만남을 위해 베이징을 경유해
스위스로 가고 있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 그는 미국과의 대화의 문을 닫지 않겠다고 말했다.미국과 1.5 트랙 만남을 위해 베이징을 경유해 스위스로 가고 있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 그는 미국과의 대화의 문을 닫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북한이 정세를 관망하면서 도발을 자제하고 평화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다. 북한은 스스로 ‘군사대국’을 달성했으므로, 이제는 미·북 대화와 남북대화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한은 오바마 정부 출범 직후인 2009년 4월과 5월에 장거리 로켓과 제2차 핵실험을 잇따라 실시해 그 바람에 미·북 직접대화를 주장하던 오바마 행정부와 대화할 기회를 잃고 말았다. 이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 이후 이른바 ‘군사대국’ 프로그램을 우선시한 탓이다.

이런 경험 때문에 북한은 당분간 상황 전개를 관망하며 도발을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한국의 대선 국면에서 ‘북풍’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핵실험은 물론이고 대남 군사도발도 자제할 공산이 크다.

한국에서 조기 대선이 결정될 경우,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은 대북 강경파에게 힘을 실어주고, 대화파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과 한국의 조기 대통령 선거 추이를 지켜보며 관망할 수도 있다. 도발보다는 평화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 직후인 지난 2016년 11월 17, 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북 1.5트랙 접촉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재검토 결과를 기다리며 지켜볼 것이며 대북정책 윤곽이 드러나기 전에는 양국 관계 개선 혹은 협상 가능성의 문을 닫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보통 미국이 신행정부의 동아태 차관 인선과 정책 재검토에 7~8개월을 소진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북한은 적어도 2017년 상반기에는 미국을 자극할 만한 도발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국은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격변하고 있는 동아시아 질서 재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은 어떤 방향으로 국가전략을 수립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진로로는 크게 미국(+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접근법과 남북대화를 통해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역내 질서 재편에 좀 더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접근법,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안 232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2016년 11월 30일의 유엔 안보리.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안 232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2016년 11월 30일의 유엔 안보리.

전자는 사드 논쟁에서 봐왔던 것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북·중 간의 접근을 막을 수 없고 북핵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반면 후자는 북한 핵문제 관리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남북 간 화해를 통해 당면한 주변 국제정세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미·중 경쟁에 따른 외교적 딜레마도 최소화할 수 있다.

중견국가 한국에 동아시아 국제관계는 더이상 우리 운명을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존재가 아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안보 환경은 상수로 주어진 강대국 관계가 아니며, 한국과 강대국이 포함된 역내 국가들의 전략적 상호관계이다. 동아시아 정세가 급변해도,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관리할 수 있는 변수일 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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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북한연구학회장, 세계북한학학술대회 조직위원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안보실장 ·기획실장 역임. 저서 <정치대국 일본 : 일본의 정계개편과 21세기 국가전략> <주한미군 : 역사, 쟁점, 전망>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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