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22 | 20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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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김정은 신년사 리뷰·전망

‘진짜배기 싸움꾼’은 길러냈으나
인민의 주린 배는 채워주지 못했다

2016년 김정은 신년사를 전문과 함께 보도한 노동신문.2016년 김정은 신년사를 전문과 함께 보도한 노동신문.

2017년의 김정은을 알려면 2016년 김정은이 내건 목표부터 분석해봐야 한다. 2016년 김정은 신년사에서 내건 목표를 북한이 어떻게 달성해갔는지 분석한다.


2016년 김정은은 신년사 구호로 ‘조선 노동당 제7차 대회가 열리는 올해에 강성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자!’를 제시했다. 이 구호의 키워드는 ‘제7차 노동당 대회’와 ‘강성국가’,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그 전 4년간 김정은이 내세운 구호는 ‘백두의 혁명정신으로 최후의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총공격전에 떨쳐나서자’(2015년), ‘승리의 신심 드높이 강성국가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비약의 불바람을 일으키자’(2014년), ‘우주를 정복한 정신·기백으로 경제강국 건설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자’(2013년),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강성부흥의 전성기, 자랑찬 승리의 해로 빛내이자’(2012년) 등이었다.

김정은은 집권 5년 차인 2016년, ‘강성부흥의 전성기’→‘경제강국 건설’→‘강성국가 건설’→‘총공격전’을 거쳐 ‘강성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갈 것을 독려했다. 2016년을 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표방했던 것이다. 경제강국 건설로 출발해 강성국가 건설을 표방하고, 강성국가 건설을 위한 총공격전을 펼쳐 2016년에는 강성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를 만들어나가자는, 상당히 체계적이며 계획적인 국가 발전 구호를 내놓았던 셈이다.

제7차 당대회 개최로 강국의 ‘최전성기’ 꿈꿨다

김정은이 말한 강성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제까지 북한 당국이 표방해온 강성대국의 의미는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2016년을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 건설의 최전성기로 만들자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의 제7차 당대회 개최와 핵실험 및 각종 미사일 시험 발사 강행은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추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사회주의 정치사상 공고화를 위한 인민대중 사상교육을 강화할 것과 당 중심의 일심단결을 강조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방편으로 당의 기능과 역할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7차 당대회를 열었던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36년 만에 열린 제7차 당대회 개최를 통해 정치·사상강국 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는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

김정은 정권하의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의 근간인 당국가 체제를 정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온 것처럼 보인다. 이를 위해 일찌감치 제7차 당대회 개최를 선언하고, 당대회 대비를 위한 각종 노력과 조치들을 취해왔다. 당 조직 활성화를 통해 집단주의적 경쟁을 강화하고, 사회주의 경제 정상화를 도모할 뿐만 아니라 대중에 대한 사상교양으로 인민대중들의 혁명적 열성을 높여나감으로써 정권의 안정화를 이루고자 했던 것이다.

2016년 신년사에서 그는 “우리의 표대는 주체의 사회주의 강국이며, 사회주의의 위력은 곧 집단주의 위력”이라 강조하면서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국가적 이익, 당과 혁명 이익을 우선시하고 앞선 단위의 성과와 경험을 널리 일반화하며 집단주의적 경쟁 열풍 속에 더 높이, 더 빨리 비약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일성 시대에 집단주의적 생산경쟁으로 시작된 천리마 운동을 전개한 것과 같이 김정은이 70일 전투, 200일 전투 등 각종 속도전을 전개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7차 당대회 이전에 대대적으로 전개했던 70일 전투에 이어 제7차 당대회 이후 만리마 속도 운동을 새로 전개했다.

올해 2월 은하-3호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김정은. 국방과 과학 정책에서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추진했다.올해 2월 은하-3호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김정은. 국방과 과학 정책에서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추진했다.

천리마 운동은 강제적 집단주의에 기초한 대중운동이다. 이는 ‘천리마 작업반 운동’으로 연결되면서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공산주의적으로 일하고 배우며 생활하자’는 구호 아래 사회주의적 경쟁운동으로 발전돼왔다. 천리마 운동은 단순히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제 부문의 성과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대중에 대한 사상교양을 통해 그들의 혁명적 열성을 높이는 정치사업을 전제로 하고 있다.

김정은은 당을 통한 사상교양과 사상 개조로 주민들을 ‘수령의 당’ 주위에 묶어세움으로써 1인 독재체제를 강화하고자 한다. 북한의 속도전은 당의 군중노선 논리에서 나왔다. 북한의 군중노선은 당 조직을 통해서 인민대중의 정치사상 의식을 끊임없이 높여 각종 사업에 대중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군중노선은 물질적 동기를 유발하는 합리적 또는 경제적 요인을 등한시하는 반면, 정치사업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당이 직접 인민대중 속으로 들어가 각종 정치적 교양과 사상 개조를 통해 노동의 질을 제고하고자 했다.

핵·미사일 도발로 강성국가 건설

김정은은 2016년 신년사에서 군에 대한 당적 통제를 바탕으로 ‘진짜배기 싸움꾼’ 양성 및 전투동원태세를 강조하면서 다양한 군사적 타격 수단을 개발할 것을 주문했다. 김정은은 군에 대한 당적 통제 강화로 그에 대한 군대의 유일적 영군(領軍)체계를 다져 군사강국을 건설하고자 한다.

이에 더해 군사강국을 뒷받침해주는 각종 물리력도 강화하고자 한다. 김정은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수중 발사를 참관하는 등 군사력 강화에 절대적인 관심을 보인 것이 그 예다. 지난 9월 6일에는 전략군 화성(미사일) 포병부대의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현지 지도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 발사훈련은 성능을 개량해 실전 배치한 탄도미사일의 비행 안전성과 유도 명중성을 비롯한 신뢰성을 재검토하고, 화성 포병부대들의 실전 능력을 판정·검열하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이 발사훈련을 현지 지도하는 자리에서 핵무력 강화의 기적적 성과들을 계속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주체적 핵무력을 백방으로 강화해 군사적 억제력을 더 높은 단계로 끌어 올리는 데로 나서는 과업을 제시했다.

그로부터 3일 후 북한은 5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5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이제까지의 요소기술 개발 수준에서 벗어나 표준화된 핵탄두 실험 단계로 들어서게 됨으로써 핵미사일 실전 배치 가능성이 전제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게 됐다.

김정은 시대의 핵심 정책노선으로 ‘자주’, ‘선군’, ‘사회주의’가 자리 잡았다. 2016년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적대세력의 도전은 계속되고 정세는 의연히 긴장하지만 우리는 혁명의 붉은 기를 높이 들고 자주, 선군, 사회주의의 한길을 따라 변함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주 원칙에 따라 김정은은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에서 자강력 제일주의’를 내세웠다.

그는 “사대와 외세 의존은 망국의 길이며 자강의 길만이 우리 조국, 우리 민족의 존엄을 살리고 혁명과 건설의 활로를 열어나가는 길”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우리가 기대하는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개혁·개방은 여전히 거부

2015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대외 경제관계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키며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비롯한 경제개발구 개발사업을 적극 밀고 나가야 한다”고 밝혀 대외 개방의 정책적 의지를 어느 정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2016년 신년사에서는 대외 경제관계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자기의 것에 대한 믿음과 애착, 자기의 것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강성국가 건설 대업과 인민의 아름다운 꿈과 이상을 반드시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원으로 이룩하여야 한다”고 역설해 개방을 통한 개혁을 철저히 부정하는 자세를 견지했다.

선군에 기초한 핵미사일 개발을 통한 ‘군사강국 건설’ 구호와 사회주의 체제 정상화를 통한 ‘정치·사상강국 건설’ 구호는 결국 인민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감행한 네 차례의 핵실험으로 유엔 안보리는 사상 유례 없이 강한 대북 제재 결의안인 2270호를 채택했다. 한국은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했는가 하면 해운, 금융, 수출입 통제를 강화하고 우리 해외 여행객들로 하여금 식당과 같은 북한의 해외 ‘달러벌이’ 시설 이용을 자제하도록 했다.

지난 8월 대동강 돼지공장을 시찰하는 김정은. 김정은은 “고기 가공품들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고 말했지만 그는 북한 주민의 주린 배는 채워주지 못했다.지난 8월 대동강 돼지공장을 시찰하는 김정은. 김정은은 “고기 가공품들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고 말했지만 그는 북한 주민의 주린 배는 채워주지 못했다.

미국은 더욱 강력한 독자적 대북 제재를 위해 신규 행정명령 13722호를 발표했다. 이것은 북한의 인권유린과 해외 노동자 송출은 물론이고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과 국가에 대해서도 제재를 확대할 수 있는 조처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재무부는 북한을 돈세탁 주요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일본도 해운과 금융 통제 강화, 인적 교류 규제 확대 등과 같은 대북 제재의 시행에 돌입했다. 유럽연합(EU)도 본격적인 대북 제재에 가담하고 나섰다. EU는 북한 정부와 군 수뇌부 실세가 포함된 신규 제재 대상을 발표했고 무역, 투자, 금융, 운송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포괄적인 대북 독자 제재조처를 내놓았다.

이는 결국 북한의 외화 부족을 포함한 경제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북한 주민의 식량 부족 문제는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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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프랑스 파리1대학 정치학 박사.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통일연구센터 소장, 경찰청 대테러 전문위원, 미국 존홉킨스대 SAIS 초빙연구원 등 역임. 현재 북한 미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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