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정상은 한·미동맹을 ‘21세기 글로벌 동반자관계’로 발전시킬 것을 다짐했다.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은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인권, 인도적 지원, 개발 지원, 테러리즘, 원자력 안전, 사이버 안보 등 범세계적 이슈에서 협력을 약속하였다. 한·미동맹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한반도 및 지역안보에서 탈피해 글로벌한 차원에서 협력해 나가고, 그 범주도 전통적 외교, 안보뿐만 아니라 기후, 에너지, 인권, 사이버 문제를 아우르는 포괄적 협력의 축임을 선언한 것이다. 한·미동맹이 시간, 공간, 안건의 세 측면에서 모두 확장됨으로써 ‘서울-워싱턴 협력의 큐브(정육면체)’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공동선언이 한·미동맹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linchpin)’으로 표현한 것은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성장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의 부상, 미국의 ‘재균형’, 일본의 우경화와 경제침체로 한국의 동반자로서 위치가 더욱 굳어지고 있다. 한국은 민주주의 공고화, 문화적 매력의 확산, 경제력 상승의 힘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도 탐내는 매력적인 나라로 발돋움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정치, 경제 강국인 미국과의 굳건한 동반자관계 자체가 한국의 매력 목록중 하나임은 물론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동맹 60주년에 대한 추억과 회상으로 시작되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지원에 대한 감사는 우리의 민주화, 경제성장에 대한 자긍심의 표현으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의 연설은 이어 북한 문제로 넘어갔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장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을 천명하고, 또한 북의 도발에 대해 결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녀는 도발 → 위기 → 제재 → 타협 → 보상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면서 이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핵보유와 경제발전의 병행 추진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을 북한 당국에 당부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고,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영유아 등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 상황과 관련 없이 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귀국 후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미국 측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 냈다"고 자평했다.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북한의 불예측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한·미 양국은 대북정책을 신중하게 조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 또한 한국의 정책과 미국의 정책이 양립 가능하다고 말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먼저 의무와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고 함으로써 북한의 책임을 강조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기존 ‘전략적 인내’에 변화가 없다면 한국 정부로서는 새로운 대북정책의 첫 단추를 어떻게 꿰어나갈지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원자력 협정의 개정 또한 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가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공동 기자회견 당시 박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선진적이고 호혜적인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는데 공감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녀는 의회 연설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핵 없는 세상’ 구상에 경의를 표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대한 경각심과 아울러 한국의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의지를 천명 하였다. 현재로서는 한국과 미국의 입장 차이가 느껴지기 때문에 힘든 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미국 방문에 이어 이제 중국 방문
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의 변화와 북핵문제 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은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양자 사이 한국의 전략적 입장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다소 단순화하면 노무현 정부 때 한·미·중 관계는 한·미관계는 도전에 직면하면서 한·중관계는 발전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오히려 한·미관계가 굳건 해 졌지만 한·중관계는 소원해지는 모습이 있었다.
많은 외교관과 국제정치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한국은 미국과도, 중국과도 호혜적인 관계를 발전시켜야 할 운명이라면, 이제 워싱 턴, 베이징 어느 쪽과도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신뢰의 기반이 다져져야 할 것 이다. 지금 청와대의 담론에 의하면 그러한 작업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담겨 있는 것 같다. 박근혜 정부의 한·미·중 삼국지가 어떻 게 펼쳐질지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