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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현지시간)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현지시간)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일본·러시아와 밀월, 중국과 갈등… 북핵 문제 해결 기회로 삼아야

트럼프가 1월 20일 취임식을 갖고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의 대외전략 기조를 바탕으로 앞으로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안보 환경을 예측해보았다.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가졌다. 그의 직설적 어법과 이단아적 행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여러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의 불참과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대 시위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은 성대히 그리고 큰 ‘이변’ 없이 무사히 치러졌다.

비록 이변까지는 아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는 또 한 번 관례를 깬 파격으로 회자되고 있다. 대개 대통령 취임사는 새 정부가 지향하는 국정 목표와 핵심 정책과제를 제시한 후, 선거기간에 정파에 따라 분열됐던 유권자들의 화합과 의원들의 초당적 지지를 호소하는 게 관례다. 이와 달리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지난해 선거기간 내내 자신이 주장했던 자극적이고 인기영합적인 선거 구호를 되풀이했다. 특히 ‘미국 최우선(America First)’의 기치를 내세우며 ‘미국산 구매(buy American)’와 ‘미국인 고용(hire American)’을 노골적으로 강조함으로써 취임식을 지켜본 전 세계인들로 하여금 향후 4년의 국제 정세와 미국 대외정책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더 많이 갖게 만들었다.

이 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과 측근 및 참모진의 어록을 바탕으로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전략 기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그것이 우리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안보에 주는 함의를 따져본 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보호무역주의’와 ‘선택적 개입’ 전략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는 ‘신고립주의’ 또는 ‘선택적 개입’으로 규정할 수 있다. 트럼프는 세계화의 진전 속에 뒤처지고 소외된 미국 중서부 광공업지대의 백인 서민층 사이에 팽배한 반무역·반이민 정서를 효과적으로 자극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따라서 자신의 주 지지세력인 이들의 분노를 해소하고 괜찮은 직장과 안정된 생활을 찾아주는 게 급선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공정성과 호혜주의를 내세우며 그간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자유무역협정(FTA)에서 탈퇴 또는 재협상을 시도하고, 중국처럼 많은 대미 흑자를 보는 국가들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주의적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자유주의적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를 지키기 위한 ‘세계경찰’ 역할을 수행하기보다 직접적으로 이득이 되고 승산이 있는 지역과 문제에만 개입하는 선택적 개입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리하면, 첫째 모든 대외정책과 개입의 판단 기준은 명분, 가치, 이념이 아니라 오로지 미국의 국익, 특히 유형적·물질적 이익이 되느냐가 될 것이다. 둘째, 모든 것이 흥정과 타협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성공한 사업가로서 스스로를 ‘흥정의 달인’이라고 자부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득을 볼 수 있다면 누구와도, 어떤 이슈에 대해서도 협상을 통해 ‘주고받기식’ 타협을 시도할 확률이 높다. 셋째, 협상에서 필요하다면 힘을 동원해 ‘벼랑 끝 전술’도 서슴지 않고 구사할 것이다. 물론 트럼프의 주요 외교안보 분야 참모진이 섣부른 무력 사용은 자제하겠지만, 일단 사용을 결정한 경우에는 무지막지한 무력으로 끝장을 보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대 국제 및 지역 정세는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주로 법, 규범, 제도 등을 통해 국제관계를 관리해오던 이제까지의 미국 방식과 달리, 철저한 이해타산에 입각해 자의적으로 개입과 철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예측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전제하에 먼저 미·중관계를 살펴보면, 일단 임기 초에는 대중국 압박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조작국 지정과 중국산 제품에 대한 45% 고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중국의 대미 흑자 폭 축소와 대미 투자 증대를 유도하려 할 것이다. 아울러 동·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적극적으로 제어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입지와 노선을 볼 때 중국 정부의 강한 반발로 이어져 미·중관계는 상당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에 중동 정세의 전개 양상에 따라 군사적 압박 수위는 달라지겠지만, 경제적 측면에서의 대중국 압박은 강하게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미·중관계가 악화될 경우 우리의 입장은 매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정책적 선택을 강요받는 일이 많아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측의 대중국 압박 동참과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요구는 우리의 대중관계 관리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런 상황에서는 중국의 비협조로 북핵 문제 해결이 더욱 요원해질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동북아 정세 및 한반도 안보에의 함의

반면, 중국이 타협적 태도를 보인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중국이 대규모 미국산 제품 구매나 거액의 대미 투자, 또는 자발적 대미 수출 자제 등으로 나올 경우 미·중 간 타협은 언제든 가능할 것이다. 사실 현재 미·중 간 국력 차이나 중국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림)’ 정책을 고려할 때 타협의 가능성은 적지 않다. 오히려 우리나 일본으로서는 우려스러운, 경제와 안보 간 주고받기식 대타협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도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 때문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맥락에서 한미동맹이나 미·일동맹의 중요성은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거기간 내내 트럼프가 강조했던 동맹유지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훨씬 더 거세질 전망이다. 또한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 요구도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설득력 있는 대응 논리 개발과 협상 준비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일단 현재처럼 ‘제재 유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히 북핵의 심각성에 대해 트럼프를 비롯한 주요 외교안보 각료들이 잘 인식하고 있고, 김정은에 대한 불신도 높아 정상회담이나 양자 협상 개시 가능성은 낮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해결에 대한 정책적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북핵 해결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에 좋은 카드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미·중관계 전개 양상에 따라 종속변수로 결정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럴 경우 미·중 간 대결 국면이 길어지고 그사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완성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간 꿈으로 전략해버리고 말 것이다.

물론 김정은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 또 다른 전략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성향을 고려할 때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포함하는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가할 것이 분명하고, 이는 중국에 대한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해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대북 압박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북핵 해결의 전망은 훨씬 더 밝아질 것이다.

북핵 문제 시급한 해결 필요성 설득 강화 필요

마지막으로 새롭게 등장할 변수는 러시아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과 유대관계 등을 고려할 때, 미·러관계 개선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실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오래전부터 러·일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온 아베 총리의 노력이 성공한다면 미·러·일 협력이 가능해질 수 있고, 이는 우리를 포함한 동북아 전체의 경제적 도약에 좋은 기폭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러·일 삼자 협력이 대중 견제로 인식될 경우 북·중 밀착 등으로 말미암아 동북아는 다시금 긴장과 갈등에 처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서 ‘우정훈장’을 받은 렉스 틸러슨을 초대 국무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친러 성향이 강하다.트럼프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서 ‘우정훈장’을 받은 렉스 틸러슨을 초대 국무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친러 성향이 강하다.

우리의 대응 방향은 크게 4가지 정도이다. 첫째 일단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필요성, 그리고 호혜성을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다행히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외교안보 각료와 보좌진은 한미동맹의 가치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호혜성에 대해서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확신이 약한 듯하다. 따라서 한미동맹이 한국은 물론 미국의 국익에도 똑같이 중요하고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북핵 문제의 시급한 해결 필요성에 대한 설득 강화이다. 북핵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도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하지만 해결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아직 인식이 미흡하다. 따라서 북핵 해결의 지연은 북한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초래해 더 이상 관리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어필하고, 북핵 해결과 더불어 북한 문제 해결에 트럼프 행정부가 조속히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셋째,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플랜 B’를 준비하는 것이다. 트럼프 시대의 화두는 불확실성의 증가이다. 미·중관계 악화, 북한 핵무장 완성, 한중 및 한일 갈등 심화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사태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상항에서도 의연하게 국가의 안위를 지키고 국익을 증진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책을 강구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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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정치학 박사. 육군사관학교 전임강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강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현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안보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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